모두 함께 진정한
‘노동 존중의 시대’를
열어 갈 것을
목소리 높여 외치자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7월 3일부터 사흘간 시청, 시 출자·출연기관, 교육청, 문화관광부, 도로공사 등에 소속돼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다. 정부가 고용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는 무려 100만 명이 넘는다. 공공부문 1464개 기관에서 수만 가지 업무를 비정규직 노동자가 담당하고 있다. 노동부 실태조사에는 입법기관과 사법기관이 제외돼 그 실태조차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 형태 또한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용역, 파견, 민간위탁, 시간제, 초단시간, 특수고용 등 모든 비정규 고용 형태가 망라되어 있다.

노동자들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실질적 사용자인 대한민국 정부와 그 수장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노동을 총괄하는 노동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총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와 교육부 등이 참여하는 단체교섭을 제안했다.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 권리의 실현을 위한 정당한 단체교섭 요구였다. 그러나 정부는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은커녕, 노동자가 단식을 해도, 삭발을 해도, 집회를 해도, 노숙을 해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하면 사용자는 성실히 임해야 함에도, 정부는 노동자들을 유령 취급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9급 정규직의 64% 수준에 머물렀다.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이라 수당과 상여금을 합해야 간신히 생활할 수 있었다. 그나마 최저임금이 인상돼 숨통이 트이는 듯했으나,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수당이 최저임금에 포함돼 버렸고 근속연수가 낮은 노동자들은 임금이 깎여버렸다. 기업을 걱정하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요구한 문재인 정부는, 이렇게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가 존엄하게 살 수 있는지, 이렇게 차별적인 저임금이 정당한지는 말하지 않는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위해 파업에 나선다. 정상적인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가 해고된 노동자들도 파업에 동참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수납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다. 청북, 송탄, 서평택, 안성, 서안성 톨게이트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이웃들이다. 법원은 이들이 한국도로공사 소속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즉, 직접고용을 해야 하는 노동자인 셈이다. 그런데 도로공사는 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자회사로 가라고 압박한다. 그리고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1500명에게 6월 말일 자로 해고를 통보했다.

정부에서는 재벌 총수들과 만나 경제 활성화를 논하지만, 직접교섭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성의 있게 만난 적은 없다. 그래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10만 명은 각자의 사정과 분노를 넘어 비정규직의 권리를 박탈하는 정부 정책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 파업에 나선다. 이 파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파업이 아니다. 여전히 기간제나 계약직 신분으로 언제 계약이 해지될지 몰라 각종 차별에도 눈 감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노동자들, 공무원이라는 신분으로 ‘헌법’에서 보장된 노동 삼권도 제대로 누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5월 1일 노동절’에도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 보다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 오늘도 쪽방에서 수험서를 끼고 공부하고 있는 예비 노동자들이 모두 모여 진정한 ‘노동 존중의 시대’를 열어 갈 것을 목소리 높여 외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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