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이야기하는
행복한 노동을 위한 조건
적당한 임금과 맛있는 식사
충분한 휴식을 기억하자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중학교 청소년들에게 행복한 노동을 위한 조건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부분 이야기하는 것은 대개 ‘적당한 임금, 맛있는 식사, 충분한 휴식’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성세대에는 낯선 것일 수 있다. 그 낯섦의 지점에서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돼야 한다.

‘적당한 임금’ 무엇이 적당한지 분명 기준이 없다. 흡사 ‘최저임금 전쟁’이라고 표현될 만큼 을들의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놓고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연봉 8000만원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소득과 행복 만족도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소득과 행복 만족도는 지속적으로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서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당한 임금을 논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의 하나는 ‘사회 안전망’이다. 교육, 의료, 주거가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으로 갖춰진다면 그만큼 적당한 임금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질 수도 있다. 왜 그토록 연봉 8000만원이 넘는 노동자들도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자청해서 야근과 잔업을 하는가? 자녀를 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사교육에 더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부가 자식 세대에게 이전될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물며 연봉 8000만원은 꿈에도 꿀 수 없는 대부분의 노동자는 늘 교육, 의료, 주거 문제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부터 우리의 모든 논의는 시작돼야 한다.

사실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답은 다 나와 있다. 교육, 의료, 주거의 공공성 강화. ‘강화’하면 된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가 사회에 이익을, 공동체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공부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 조성을 위해 우리가 모두 힘을 모으면 된다.우리의 자랑은 우리 학교 출신이, 우리 지역 출신이 사회를 위해 빛나는 활동을 하는 그런 사람이 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공성 강화다.

아직도 민간보험에 많은 사람이 과도한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는 현실이다. 공공재인 의료보험을 더 강화해서 민간보험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주거가 더 이상 투기나 투자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실거주 목적 이외의 주택에는 중과세해야 한다. 주택 보급률은 100%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절반은 본인 소유의 주택이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우리 중학교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할까?

‘맛있는 식사’ 여전히 조금이라도 더 싼 식당을 찾아서 점심시간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더 먼 거리에 있는 식당을 향해 이동하는 직장인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 안전망이 튼튼히 구축되고 이것이 적정 임금에 영향을 주게 되면, ‘맛있는 식사’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으리라.

행복한 노동을 위한 마지막 조건인 ‘충분한 휴식’. 적정한 임금에서 ‘적정한’과 마찬가지로 ‘충분한’도 그것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매우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보다 산업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었던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참고가 될 수 있다.

산업화 초기 16시간 노동에서 8시간 노동으로, 그리고 유럽 사회의 경우 6시간 노동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해 왔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지금 주 40시간 노동이 아니라 주 52시간 노동 정착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는 현행 3개월 단위인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6개월 나아가 1년까지 확대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 중학생들이 이야기하는 ‘충분한 휴식’과는 분명히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적정한 임금’, ‘맛있는 식사’, ‘충분한 휴식’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귀를 기울이자.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