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해칠만한
큰 소음이 발생하는
에어쇼가 열리는 도시는
시민이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다

 

   
▲ 권현미 사무국장
평택건강과생명을
지키는사람들

자동차와 비행기, 공장, 건설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일반 시민의 생활에 큰 피해를 준다. 소음은 사람의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압 상승, 호흡수 증가, 위장의 일시적 수축 등 인체에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철도와 비행기 같은 교통기관에 의해 발생되는 교통소음은 신경질환, 난청, 귀머거리 등의 신체장애를 줄 위험이 있다.

군용비행장, 군사격장에서 발생하는 소음피해보상 등과 관련한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지 15년 만에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 8월 21일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방지 및 피해보상에 관한 법률안’을 전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이 법안에는 군용비행장과 군사격장 인근의 소음대책 지정, 보상금 지급, 5년마다 소음방지 피해보상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자동소음 측정망 설치, 군용항공기의 야간비행, 사격제한 등이 담겼다. 이로써 군용비행장 인근 주민들에 대한 보상이 용이해진 것이다. 현재까지는 피해를 보더라도 소송을 제기해 법원 판결을 통해서만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니, 군부대로 인한 소음피해를 법으로 인정한 것이라 여겨져 소음피해지역에 사는 시민으로서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그러나 지난 2018년 평택시와 평택시의회는 “환경부가 제시한 소음기준이 과도하다”며 평택시 진위면 가곡지구 도시개발사업에 적용한 환경부의 소음기준 적용에 반대하며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오는 9월 21일에는 블랙이글스의 시범비행이 예정된 에어쇼가 열려, 현재 준비가 한창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도시개발만 된다면, 공해와 같은 소음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평택위정자들의 인식을 드러내는 사건이다. 지역을 알리기 위한 행사를 만들기 위해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겪는 소음피해는 못 본 척해도 된다는 것인가? 시민중심의 살기 좋은 평택을 만들기 위한 시정 안에 군부대 근처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삶의 질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명품신도시 평택을 만들기 위한 공무원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그러나 시민 중심을 내세우는 현재의 평택시정에서 ‘전투기 에어쇼’를 통해 얻는 이점은 ‘군부대 인근 시민들의 고통’을 전제하고 있다. 북부지역에 거주하는 시민으로서 에어쇼를 준비하는 기간에 들리는 비행기의 소음은 일상의 모든 소통을 가로막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은 평범한 시민이 잊고 지내던 군사기지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건이며, 불쾌한 경험 중 하나였다.

‘한·미 친선’이라는 이름으로 군대와 관련한 일련의 축제를 기획하는 것은 ‘미군기지에 땅을 내어준 평택’, ‘군부대가 있는 평택’이 혹여나 가지게 될지 모르는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민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데 굳이 군부대의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는 없다. 군사기지에서 살상무기를 보여주고, 전투기를 보여주는 것은 ‘군사기지로서 평택’의 이미지를 두드러지게 만들 뿐이다. 이제는 살상무기를 홍보하는 것을 멈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시민이 살기 좋은 평택’으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는 시정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평택으로 이사 오고 싶은 마음이 생길 테니 말이다. 대기환경을 깨끗이 하고, 수질을 살리고, 아름다운 도농복합도시를 강조하는 축제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깨끗한 물에서 자란 농산물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헌신한 평택을 평화의 상징으로서 알리는 지혜로움과 세심함이 필요하다. 건강을 해칠만한 큰 소음이 발생하는 에어쇼가 열리는 도시는 시민이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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