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12월 24일

병 걸린 여성에 처방했다 사고
영사靈砂 먹고 죽자 의사 도망

 

 

“경기도 진위군 오성면 학현리(振威郡 梧城面 鶴峴里) 정광오(鄭光五)의 처 박씨(朴氏, 四七)는 거년 십이월 십일일 저녁때부터 병이 났었는데(병명은 미상), 동 십사일 오후 세 시경에 최응화(崔應化, 五五)란 의생이 와서 병을 보고 고치겠다고 함에 그 말을 믿고 치료하겠다고 하였더니, 의생은 침을 놓고 또 영사(靈砂)라는 독한 약을 두 돈중쯤 복역케 하였음에 병세는 급히 변화되면서 고민한 끝에 필경은 절명하였는데, (중략) 범인은 상해치사와 의사규칙 위반 기타로 취조 중으로 실로 지방 의생에게 병을 보임은 상당히 고려할 일이겠더라.”(『매일신보』 1923년 1월 9일)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서 일을 하다가 오히려 그르친다는 뜻인데, 우리 주변에서도 일상처럼 일어난다. 때문에 의료사고는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선무당은 없어져야 한다. 요즘 신문에나 방송에서도 의료사고에 대한 소식들이 종종 나오는데, 예나 지금이나 의료사고는 잘못된 또는 섣부른 지식이나 경험에서 비롯된다.

1922년 12월 24일 평택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해 마음을 울적하게 하였다. 오성면 학현리에 사는 정광오의 아내 박 씨는 40대 후반이었다. 별 탈 없이 지내던 박 씨에게 갑자기 병명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렸다. 하루 이틀 지나면 차도가 있을 것으로 보았지만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치료를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 하던 중, 3일 후 여주에 사는 50대 중반의 최응화라는 의사가 찾아왔다. 최응화는 환자를 보고 자신이 고칠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침을 놓은 후 명약이라는 영사靈砂를 먹었다. 영사는 수은과 유황을 고아서 만든 환약의 일종이었다. 일반적으로는 맛이 달고 순수하며 독이 없고 곽란과 경기 등에 쓰이는 한약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응화는 병을 빨리 치료하기 위해 과다하게 투약을 하였다.

환자 박 씨는 처방의 부작용으로 결국 발병 13일, 치료 10일 만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의사 최응화는 환자가 절명하자 곧바로 도망갔지만, 이 사건을 인지한 평택경찰서의 노력으로 숨어있던 최응화는 체포되었다. 죄명은 상해치사와 의사규칙 위반 등이었다. 그런데 흥미 있는 것은 지방 의사에게 진단하거나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용기(?)가 필요하다고 하는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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