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6월 16일

새벽에 볼일 보려다 사고
산속에 머리·팔다리만 남아

 

 

“경기도 진위군 숭찬면 신장리(振威郡 松炭面 新場里) 윤용선(尹用先)의 딸 윤옥순(尹玉順, 七)이가 지난 십륙일 오전 네 시 반경에 자다가 옷을 벗은 채로 변소에 가려고 방문을 열고 뜰에 내려서려 할 때에 옥순은 소리를 지르며 우는 고로 그 부모가 즉시 뜰에 나아가 보았으나 옥순이는 간 곳이 없으므로 큰 소동이 일어나 동리 농민이 전부 출동하여 수색을 하여 본 결과, 그 촌락으로부터 약 백 간 되는 산 밑에 늑대에게 먹힌 후 옥순의 머리와 팔다리를 발견하였으므로, 동리 주재소의 지휘로 칠십여 명이 대를 지어 가지고 늑대를 사살코자 하였으나 종시 종적을 찾지 못하였는데, 그 늑대는 용인(龍仁) 방면으로 도멍한 것 같다하여 박음 경계 중이라더라.”(『매일신보』 1923년 6월 22일)

요즘 뉴스 중의 화재가 ‘멧돼지’이다. 아프리카열병 때문에 뉴스를 타고 있지만, 주택가로 내려와 사람을 위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야생 멧돼지가 이제는 도심으로까지 출몰하여 사람을 들이받기도 하고 집을 습격하고 있다. 멧돼지가 도심으로 내려오는 것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인간으로부터 훼손(?)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인간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맹수가 사람을 공격하여 목숨을 앗아가는 사례가 자주 있었는데, 평택에서도 맹수에게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일어났다.

1923년 6월 16일 새벽에 늑대가 나타나 어린아이를 물고 간 사건이 발생하였다. 송탄면 신장리에 사는 윤용선의 7살 된 딸 윤옥순은 새벽에 변소를 가려고 일어났다. 옷을 입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볼일을 보러 방문을 열고 뜰로 내려갔다. 요즘이야 화장실이 실내에 있지만 당시만 해도 화장실은 대부분 집 밖에 있었다.

그런데 옥순이 뜰로 내려온 순간 늑대가 나타나 그녀를 물고 달아났다. 기겁을 한 옥순은 소리를 질렸고, 소리를 들은 부모는 바로 밖으로 나왔지만 옥순이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아버지 윤용선은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마을 사람들이 총동원되어 옥순을 찾아 나섰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마을을 벗어난 산속에서 늑대가 먹고 남긴 머리와 팔다리만 남은 옥순이를 찾았다. 마을 사람들은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 늑대를 찾아 나섰지만 늑대는 이미 용인방면으로 사라진 뒤였다. 1915년에도 늑대가 어린아이를 물고 간 사건이 있었다는 점에서 1920년대만 해도 평택에 늑대가 종종 나타나 주민들을 위협하였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