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누마 노리코/은행나무

 

 
▲ 양지영 사서
평택시립 팽성도서관

깊은 밤. 휴식과 고요와 정적을 연상시키는 단어 ‘심야’, 하루의 마감과 끝을 알리는 시간 ‘심야’, 마지막을 쥐어짜는 태양의 아름다운 몸부림의 벅참을 뒤로 하고 차분히 서서히 어두워지는 시간 ‘심야’.

마땅히 그러하리라 여겼던 ‘심야’라는 단어가 지금은 사전적인 의미로만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시대와 세대 그리고 삶의 환경과 문화가 바뀌어 밤새 먹고 떠들고 잠들지 않는 한국인을 뜻하는 ‘호모나이트쿠스’, 즉 올빼미처럼 야행성 인간을 뜻하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들을 위하여 심야 시간 즐길 거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가게가 많아지고,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과 카페는 이제 어디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새벽 시간대가 주는 특별한 느낌을 담은 ‘새벽 감성’은 일상의 단어가 되어 버렸다.

하루를 사는 이유는 심야의 시간을 편안히 보내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어둠과 반짝임이 아름답게 조화하는 심야는 나른해지고 센치해지고 우울해지고 때로는 설레고 오만가지 감성들을 피어오르게 하는, 어쩌면 나 스스로를 가장 민낯 그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며 잠시 잊은 나와 만나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심야를 즐기는, 심야에 깨어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리라.

심야, 이 시간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하루의 일과를 끝마치고 무거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안락한 나의 공간으로 되돌아가는 시간인지, 인생에 성공보다는 즐김에 초점을 두어 나를 위해 누리는 시간인지…. 어떤 선택이든 자유겠지만 때로는 많은 걱정과 고민으로 심란한 마음에 오지 않는 잠으로 고통스럽게 아침을 기다리며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은 무수한 유혹에 치를 떨게 하는 시간을 보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무거운 심야에 잔잔한 따스함으로 위로해줄 책 <한밤중의 베이커리>를 소개한다.

<한밤중의 베이커리>는 수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심야’시간에 비로소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한다. 이 책은 23시부터 05시 심야 문을 여는 빵가게, 잠들지 않는 거리, 깜깜한 밤 가운데 향기로운 빵 냄새로 손님을 유혹하는 빵가게 ‘블랑제리 구레바야시’의 사람들과 이곳을 찾는 손님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빵을 매개로 사람으로부터 상처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결국은 사람으로 인해 치유 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음식인 빵이라는 소재에 더해, 개성 있는 캐릭터 설정과 경쾌한 스토리 전개로 오글거림 없이 감상에 치우침 없이, 서서히 따뜻하게 녹아들게 만든다. 우리도 한밤중의 베이커리에서 각자의 상처를 서서히 녹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빵의 향기로 후각을 자극하고 심야의 시간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이 한권의 책이다.

“노조미, 빵은 평등한 음식이란다.”

노조미의 손에 빵을 건네면서 구레바야시는 역시 웃으며 말했다.

“길가나 공원, 빵은 어디서든 먹을 수 있잖니. 마주할 식탁이 없어도, 누가 옆에 없어도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어. 맛난 빵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맛난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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