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사랑·축복은 나의 일상어”

 
하루에도 몇 번씩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를 외치는 사람이 있다. 특별한 종교인이 아니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일 뿐이다. 그러나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감사, 사랑, 축복을 외치며 환하게 웃는 그에게서 많은 사람들이 작은 행복을 전달 받는다.

주민들에게 친절한 웃음 전하는 젊은 경비원
평택 롯데인벤스 주차장에서 만날 수 있는 유승유(51) 씨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모두 “감사랑 축복합니다”라고 외친다. 이 말은 감사·사랑·축복을 한 구절의 인사로 만들어낸 것으로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던 주민들도 이제는 말에서 전해지는 느낌이 좋아 웃으며 인사를 받아준다고.
“경비요? 이제 시작한지 1년도 안됐어요. 처음엔 젊은 사람이 경비를 한다는 것에 대해 제 스스로도 좀 꺼렸었는데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지요. 젊은 만큼 주민들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거든요. 이젠 제가 먼저 인사하고 시키지 않는 일도 알아서 열심히 하니까 많은 분들이 좋아하세요. 아파트 주민들의 재산보호와 안전을 신경 쓰고, 주차도 봐주고, 방문하는 손님도 안내하고…그저 주민을 위해 친절 봉사 하는 게 제 일이죠.”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힘든 일정임에도 주민들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한다는 유승유 씨. 주민들의 택배도 들어다주고 주민들이 불편해하는 사항은 가장 먼저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그는 현재 살고 있는 안성 마을에서도 새마을 지도자로 뽑혀 일하고 있다. 

83세 노모에게 자주 사랑한다 말하는 아들
“경북 구미에 있는 전자회사에서 17년을 근무했어요. 그러다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셨는데 설상가상으로 4년을 간호하던 어머니마저 뇌경색으로 쓰러지셨죠. 전 6남매 중 막내였지만 제가 안성으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어요. 다들 모실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거든요.”
편안한 직장에서 근무하던 유 씨가 안성으로 올라온 건 2003년이었다. 부모님 수발을 들기 위해서였지만 당장 직장 구하는 일이 문제였던 유 씨는 아이들 영어를 가르치기도 하고 농촌 도로정비며 꽃길 가꾸기, 서운산 등산로 정비 등의 희망근로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구한 직업이 제약회사였는데 60kg이나 되는 한약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올렸다 내렸다 해야 하는 일은 자신에게 너무 버거운 일이었다고.
“안정된 직장이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있다 보니 몸이 많이 망가진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다른 직장을 찾던 중이었는데 마침 일 때문에 이 아파트에 주차한 것이 인연이 되어 직업으로까지 이어졌네요.”
유 씨의 선택은 아파트 경비원이었다. 경비원으로서는 젊은 나이에 속하지만 그는 이 직업이 누구보다 자랑스럽다고.
“아버지는 제가 안성으로 올라온 지 3년 만에 돌아가셨어요. 어머니는 뇌경색으로 쓰러지셨지만 현재까지는 건강하신 편이구요. 전 지금도 어머니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해요.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거든요.”
어머니를 떠올리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저절로 생겨난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그에게 있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이자 웃음의 원천이다.

다모1004 재능기부를 통해 나눔에도 앞장
유 씨는 현재 ‘다모1004’라는 공동체 활동에도 열심이다. 다모1004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통해 유통, 홍보비용을 줄이고 회원 간의 상부상조와 품앗이를 통해 생기는 이윤을 재능기부와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희망근로 할 때 많은 것을 배웠어요. 당시에는 남녀 40여명 정도가 함께 돌탑을 쌓으며 등산로 정비를 했는데 돌탑을 쌓을 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만 무너지지 않았죠. 어느 한 사람이라도 소홀히 쌓았다간 와르르 무너지곤 했으니까요.”
그는 당시 체득한 깨달음을 실천하기 위해 전에 영어를 가르치며 익혔던 재능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유 씨가 선택한 것은 재능기부도 하고 서로간의 상부상조를 통해 어려운 이웃도 돕는 다모1004였다. 그는 이 모임을 통해 감사와 사랑, 그리고 축복의 메시지를 더 많은 이웃들에게 나눠주게 되어 행복하다는 말을 전한다.
평택 롯데인벤스 아파트 주민들이 항상 기분 좋은 마음으로 오갈 수 있도록 문 앞에서 ‘감사랑 축복합니다’를 외치는 유승유 씨는 오늘도 주민들 한명 한명에게 거수경례를 하며 웃음으로 행복을 나누고 있다. 문득 오늘이라도 지나는 길에 그곳을 들른다면 유승유 씨의 활기찬 인사말을 제일 먼저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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