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경험을 살려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보건소의 지침에 따르면
감염병은 이길 수 있다

 

▲ 김영호 소장
평택시보건소

2020년 1월 27일, 메르스 이후 5년 만에 전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했고 평택에서도 네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이제는 과장에서 소장이라는 직책에 올라와 그만큼 책임감도 더 커졌다.

공교롭게도 지난해는 매달 2박 3일 일정으로 질병관리본부에서 교육하는 감염병 고위정책과정을 수료했다. 전국을 다니며 어두워지는 시력에 돋보기의 힘을 빌려가며 메르스 발생 당시 놓쳤던 일들은 없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열심히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메르스 그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가’라는 주제로 과제물도 발표했다. 그때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라는 감염병도 알게 되었다.

다시는 평택시민이 이러한 감염병으로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지만 지금 어쩔 수 없이 또 한 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다른 지자체의 보건소에서는 한 번 겪기도 힘든 일을 우리 보건소에는 벌써 두 번씩이나 겪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한숨도 나고 걱정도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번 경험해 본 만큼 다른 곳보다는 더욱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도 직원들은 바삐 움직인다. 나 역시 여러 가지 일들을 챙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혹여 이런 비상시기에 엉뚱한 일을 한다고 질책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 역시 나의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시민들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드리고자 한다.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은 첫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시민의 힘으로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메르스 당시에는 정보공개가 되지 않아 시민들이 불안해했고 방역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메르스 이후 ‘감염병 예방법’이 개정되면서 정보를 공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들께서는 평택보건소에서 공개하는 정보를 전적으로 믿고 따라주셔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메르스 당시 우리 사회는 많은 유언비어가 돌았고 그로 인해 사회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시민들이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웃과의 갈등이 고조되었고 우리는 그야말로 불안과 적대감이라는 또 다른 전쟁의 국면에 접어들어야 했다. 감염병 환자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거나 혹은 같은 공간에 머물렀던 사람들은 자의적인 선택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난과 질시를 견뎌야 했으며, 사람들은 두려움으로 떨고 있는 그들을 마녀사냥 하듯 사지로 내몰았다.

당시에는 어디 가서 평택사람이라는 말도 할 수 없었고, 평택이라는 말만 들어도 경멸의 시선과 내쫓기던 기억이 불과 5년 전이다. 우리의 잘못이 아님에도 죄인 취급을 받아야 했던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 우리의 마음가짐은 스스로 조심하면서 격리되어 두려움에 떨고 있는 분들에게 마음으로나마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이제는 보다 성숙한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보건소에서 홍보하는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고 혹여 몸에 이상이 있다면 본인만 알 수 있는 중국 여행이나 건강상태 등에 대해서도 더 이상 감추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본인은 물론이고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 동료들의  피해와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힘으로 막을 수 있다. 메르스를 이겨냈던 우리의 경험을 살려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평택시와 보건소의 지침대로 따라준다면 말이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퇴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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