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와 의회가
미군기지와 관련해
어떤 정책을 만들어야 할지
제안하고 실현해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 강미 센터장
평택평화센터

2020년 평택시의회는 자치입법과 정책연구개발의 목적으로 ‘평택미군기지연구회’를 운영한다. 평택미군기지연구회는 올해 평택에 주둔하고 있는 K-6 캠프험프리즈와 K-55 평택오산공군기지 등 미군기지 현황과 사회적 영향에 대한 실태 파악과 연구를 할 계획이다. 미군기지 평택 주둔의 역사는 오래되었고, 거기에 보태 ‘주한미군 평택시대’라고 불릴 만큼 주한미군사령부를 비롯한 주요 미군기지시설이 평택에 대규모로 집결했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시의 경우 이것이 지역사회와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많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평택시의회가 시민의 입장에서 이런 활동을 시작한 것을 환영한다. 그동안 평택시는 한·미 친선과 우호만을 강조하고 안개처럼 감춰져 있는 미군기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 그것이 우리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미군기지에서 무리한 옹벽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주민들은 침수를 우려해 여러 차례 건의했으나 공사는 진행됐다. 결국, 침수 피해를 받은 주민은 호소할 곳이 없어 직접 소송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밤낮으로 켜있는 조명등으로 농작물이 자라지 않을까 방향만이라도 틀어달라는 농민의 목소리도 관심받긴 어려웠다. 미군이 버린 이름 모를 오염수를 제대로 정화하지 못하고 하수를 방류할 수밖에 없었던 평택시는 벌금을 냈다. 너무도 두렵고 무서운 탄저균실험실이 평택미군기지 안에 설치돼 실험하고 있다는 데도 그쪽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으니 믿어보자는 것이다.

평택시, 지방자치정부는 세계적 규모의 미군기지가 주둔해있는 지역임에도 시민의 입장에서  잘 살피고, 혹시 모를 사고로부터 시민을 지켜내기 위한 예방에 대한 관심은 없는 것 같았다. 미군기지에 관한 현황과 실태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한 듯 보였다. 시민의 입장에서 걱정되는 것을 먼저 대비하고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무슨 커다란 실례인 양 느꼈던 것일까. 임대하고 있는 영토의 주인에게 그 땅을 어떻게 사용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더 심각한 결례가 아닌가 싶다.

군사기밀과 국가안보라는 이름 아래 함부로 내세워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겠으나, 시민이 원한다면 적어도 지방자치정부는 시민의 편에서 용기를 내어 책임져주길 원했다. 친선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친선의 대상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시민의 편에서 목소리를 내어주고 안전을 지켜주길 원했다. 평택시의회가 미군기지연구회 활동을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어떤 정책을 세울 것인지를 연구한다는 것에 어느 때보다 반가운 마음이 든다.

지난해 겨울 오키나와를 방문했을 때 한 시골 마을에서, 미군기지가 배출하는 오염수에 관한 강연회에 세대를 가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해 강연자에게 쉴 새 없이 손들고 질문하는 주민들을 만났다. 미군기지에서 흘려보내는 오염수가 발암물질로 의심되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대다수의 주민이 알고 있고, 관심이 아주 컸다. 주민이 요구하면 정보를 주고 안전을 제공하는 것이 지자체의 역할임을 다시 상기하며 이런 취지에서 지금이라도 미군기지연구회를 발족해 운영하는 활동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올해 이런 활동이 마무리되고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평택시가 어떤 정책과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제안하고 실현해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아울러 평택미군기지연구회를 발족해 활동할 용기와 의지를 내어준 평택시의회 의원과 시민위원들에게 감사드리며 응원과 기대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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