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학교를 품어야
아이들이 삶 전반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다

 

 
▲ 박명진 추진위원장
평택고교평준화추진위원회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는 100년을 앞서갔던 인도의 마을 스와라지 운동을 쓴 책이다. 우리는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됐다. 21세기가 맞닥뜨린 위기를 극복하는 핵심으로 주목된 것이다. 그 이유를 여러 분야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교육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학교 교육은 획일적인 방식으로 평가하고 줄을 세운다. 정해진 답을 찾는 교육으로 창의성을 가로막고, 다양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사장한다. 주어진 문제와 그 답을 찾는 데 몰두하게 만드는 교육이다. 또 그것을 잘할 수 있는 일부계층의 사람들에게만, 사회적 자원과 기회가 제공되는 시스템이다.

교육의 평가가 지필식 문답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은 그 출발점부터 한계가 있다. 이를 실증적으로 연구 한 사람으로 심리학자 로버트 J. 스턴버그가 있다. 그는 브라질의 고아들을 대상으로 생존을 위해 노점상을 열고 운영하는 법을 배우도록 했다. 장사를 잘하기 위해 계산을 해야 했던 아이들은, 똑같은 문제를 필기시험에서 추상적인 형태로 제시했더니 풀지 못했다. 이는 학문이 아닌 실용적인 지식이 강조되는 환경에서 사는 이들에겐, 현실에서 당장 필요한 지식이 학습의 형태와 중요도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학교 교육이 작동되는 경쟁 이데올로기이다. 경쟁교육시스템을 강화해서 한국사회에 부모의 사회적 지위는 자녀의 교육 격차로 이어지고, 이 교육 격차가 학력 등을 매개로 사회적 격차로 확대되는 극심한 학벌사회가 된 것이다. 러시아의 심리학자 비고츠키의 ‘관계의 교육학’에 의하면 생물학적인 요소보다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은 바로 사회, 역사, 문화적 요소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지점에서 교육의 공공성을 제기해야 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할 국가는 국민이 사회문화적인 격차로 발달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어려운 곳에 더 많은 지원을 해 격차를 최소화해야 하고 교육의 보편적 권리를 위해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우리는 교육의 목적을 인간의 ‘전인적인 발달’을 돕는 데에 둔다. 현재의 학교체제는 삶을 살아가는 데에 실제적인 것을 담아내지 못한 근대의 산물이다. 코로나19 이후 등교수업이 단계적으로 이뤄졌지만, 학교는 관료적인 행정시스템 그 자체의 성격상 새로운 경향을 흡수하거나 빠른 사회 변화에 적응하기가 매우 어렵다. 학교 교육의 한계인 것이다. 이미 도래한 4차 산업시대는 새로운 역량을 요구한다. 이에 대해 폴란이 ‘21세기 필요한 역량 6Cs, 인성교육, 시민의식, 협력, 의사소통, 창의력, 비판적 사고’를 제시했다. 이러한 역량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삶과 결합된 교육을 통해 기를 수 있다.

외딴섬처럼 삶과 동떨어져 있는 학교가 마을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마을과 교육이 만나 교육과정을 함께 만들고 다양화해야 ‘학교를 품은 마을’이 된다. 이러한 바탕 위에 아이들이 지역사회라는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어야 삶 전반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의 저자, 마하트라 간디의 말을 다시 떠올리며 글을 마무리한다. 마을이 아이들을 구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