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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경의 세상돋보기 - 남겨진 자들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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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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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뿐만 아니라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같이 살펴야 한다

 

 
▲ 임윤경 사무국장
평택평화센터

말하기 어렵고, 글쓰기 힘든 시기다. 극단적인 이분법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내 편, 저 편’ 가르기에 내 글이 보탬이 될까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남은 자리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가 지키려 했던 것은 무엇이고 세상에 남긴 책임은 무엇인지 살피는 일이 아닐까 싶어 용기를 낸다.

어떤 이유로든 누군가 죽음을 선택했을 때 그의 선택을 온전히 존중하기는 쉽지 않다. 죽음을 선택한 누군가를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존중의 방법을 찾는 것은 우리 남겨진 자들의 숙제다. 원망스러울 수는 있어도 비난하지 않고, 안타깝더라도 억울한 희생으로만 만들지 않기. 비난의 언어가 될 수 있는 무책임하다는 말도 쓰지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 죽음을 선택할 때 그것은 어떤 책임을 내려놓는 선택이기도 하니 말이다.

공인으로서, 시민운동가로, 서울시장으로 박원순 시장이 한국 사회에 이루어 왔던 소중한 일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그의 공적이 혼자만의 공功인양 ‘영웅’ 시 되는 것은 반대한다. 그가 이루어 낸 수많은 일은 사실상 그 곁을 함께 한 수많은 시민운동가와 공무원이 자의로든, 타의로든 움직여준 덕분이다. 박원순이라는 개인이 지닌 역량이나 마음씀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그가 이룬 공이 어떤 질서에서, 어떤 권위 속에서, 어떤 연대 속에서 가능했는지 묻지 않고는 지금의 상황을 살피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으로, 한 인간은 개인적 오류와 한계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그가 “그럴 리 없어”가 아니라 지극히 남성중심주의의 한국사회에서 그가 공직을 수행하면서 한 개인에게 어떤 종류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깊이 숙고해야 한다. 그 역시 한국의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사회적 산물일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외면해서도 안 된다. 이거냐, 저거냐 하나만 택하는 이분법을 넘어서서 한 인간이 지닌 복합적인 면들을 ‘한꺼번에’ 보아야 ‘영웅’도 아닌, ‘악마’도 아닌, 지금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살필 수 있다.

그가 성추행 고소를 당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시간까지 깊이 되새겼을, 부끄러움을 소중히 기억하고 싶다. 비슷한 지위의 정치인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온갖 자원을 동원해 너끈히 무죄를 받아 내거나, 유죄라도 그들 자신이 타격을 입지 않았던 것들을 떠올리면 그 부끄러움조차 귀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함께 부끄러워하며 책임을 나누어야 할 이들이 부끄러움을 덮으려 급급해하는 모습을 본다. 그의 부끄러움 대신 그의 공功만을 기억하는 것이 애도인양 말하는 이들을 본다. 그 누구의 죽음이라도 ‘조롱받을 죽음’은 없다. 하지만 죽음을 선택한 그를 넘어서 더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이 사건에 책임을 다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그렇게 책임을 다한 다음에야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책임을 다해야 할 때다. 그것이 그가 멈춘 자리에 남은 이들의, 우리의 책임이자 몫이다.

<용서라는 고통>에서 작가는 ‘용서는 생각만큼 그리 간단치가 않다. 다시 말해 모든 용서 이야기는 헤아리지 못할 숨겨진 깊이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용서 이야기는 역사적인 맥락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뿐만 아니라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같이 살펴야 한다’고 했다. 용기를 낸 피해자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 사회가 신중하게 살필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그 곁을 지킬 수많은 사람과 함께 지금의 폭력적인 말들을, 부당한 공격을 이겨내길... 글로나마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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