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편리성에 양보된
지형의 부조화가
최근 발생하는 산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

 

▲ 이상길 대표
지투토지정보기술
(G2 LAND INFOR TECH)

수 개월간 지속된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을 회복할 틈도 없이 유례없이 긴 장마가 집중호우 형태의 강우로 지속되는 특징을 보이면서 그 어느 때 보다 산사태가 많은 것 같다. 산은 특히 집중호우에 더 취약하다. 골짜기와 능선으로 이뤄진 산은 빗물이 분산되지 않고 능선에서 골짜기 방향으로 집수되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산사태의 토사절리가 시작되는 산허리 이상 정상부의 개발은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산자락 하단부라 할지라도 과도한 성·절토를 수반하는 개발이나 터널, 옹벽과 같은 지하수위에 영향을 주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개발 역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산사태는 산 정상부에 집중호우가 지속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산자락 하단부의 지하수나 유입수 침투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특히, 이러한 산자락 하단부가 붕괴하는 산사태의 원인으로 소규모 개발행위를 지목한다. 법이 정한 허가 기준을 초과하지 않더라도 거의 기준에 육박하는 지형의 무리한 개발에서 주로 발생하고, 진입로나 마당 등을 콘크리트로 포장해 불투수층이 증가한 것을 주된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또한 부실공사나 안전 불감증과 같은 원인도 산사태 발생에 기인한다.

다만, 모든 소규모 개발행위를 난개발로 보는 시각은 무리가 있다. 사실 소규모 개발행위는 ‘국토계획법’에서 규정하는 개발행위 허가기준에 따라 경사도나 표고가 일정 규모 이상 되거나 입목량, 생태, 식생상태 등에 따라 철저히 개발을 규제하고 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8년 동안 소규모 개발행위에 온갖 난개발만 부추기던 연접개발제한제도가 2011년 3월 9일 폐지된 이후 산사태 야기가 우려되는 산 정상 개발이나 나 홀로 개발 등과 같은 개발은 원천봉쇄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일선에서는 인허가 과정에서 요구되는 도시계획심의제도와 개발행위허가를 집행하고 관리하는 공무원의 전문성 결여 문제가 소규모 개발을 산사태를 유발하는 개발이 되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는 시각이다. 도시계획심의제도를 공무원의 전문성 결여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하기도 하지만, 시의원과 지역 유지, 교수, 반 개발론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객관적인 전문가 집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도시계획심의제도는 법 기준 이상 강화 또는 완화 등을 할 수 있는 사실상 법보다 상위 개념으로 취급되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도시계획심의는 언젠가부터 점점 더 과도한 기반시설 확보 요구가 일반화되고, 그 심의가 공무원의 허가검토 기준이 되는 현실을 낳고 있다. 충분한 기반시설 확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자연재해가 없는 일상에서 넓은 주차장, 넓은 도로, 넓은 회차공간 등이 우리 인간에게 편리하고 유익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수마로 돌변하는 집중호우에는 물길의 융단이 돼 토사 붕괴와 침수, 산사태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도로 개설이나 대규모 택지, 단지 개발 등 공공사업도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해의 원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주요 원인이 되는 추세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에서 나타나는 산사태의 유형을 보면 산허리 상층부에서부터 토사 붕괴가 발생하거나, 고속도로나 국도와 같이 차로 확장을 최대로 하기 위해 과도하게 성·절토한 경사면이나 측벽에서 주로 발생했다. 소규모 개발에서는 엄격하게 규제하는 경사도나 표고 규제 이상의 산 정상에도 터널이나 고가교량, 지하차도를 불문하고 대규모 공공사업은 시행할 수 있다. 사람의 편리성에 양보된 지형의 부조화가 최근 발생하는 산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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