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마련에
장시간 노동에
우리의 시간을 더 이상
낭비하지 말자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지난달 평택에서 열린 중앙대 독문학과 김누리 교수의 강연을 우연히 듣게 됐다. 김누리 교수는 JTBC에서 방영한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한 강연이 큰 화제가 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는 등 유명세를 탄 듯하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제법 꽤 많은 사람이 이날 강연에 참석했다.

교육지원청에서도 김누리 교수가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한 강연을 토대로 쓴 책인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읽고 교육장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고, 민주노총 지도부 내에서도 김누리 교수가 던진 화두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정도로 ‘핫’하다.

김 교수는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에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위험하고 비인간적인 노동에 내몰려 목숨을 잃은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가 비정한 세상을 향해 토해낸 말인 “우린 지금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를 인용해 “우린 참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치 민주화를 이루고, 세상이 놀라워하는 경제 성장도 거뒀는데, 우리의 불행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 세계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 세계에서 노동자의 죽음이 가장 빈번한 나라라는 통계 자료를 들어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는 이러한 불행의 근원을 ‘68혁명’의 부재에서 찾는다. 모든 형태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기치로 1968년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시작된 68혁명의 여파가 베를린, 로마,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프라하, 바르샤바, 부다페스트, 런던,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도쿄까지 이르렀는데, 우리나라는 박정희 독재정권의 베트남전 참전과 북한과의 체제대립으로 인해 권위주의와 군사문화가 사회를 지배하는 병영사회가 되고 승자독식의 경쟁과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만연한 사회가 됐다고 파악한다.

더 나아가 그는 지금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국회 다수가 불평등을 심화하는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정당들로 구성돼 있어서 보수와 수구로 양분된 현재의 정치 질서가 바뀌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그는 국회 구성이 정의당, 녹색당 등의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 체제로 바뀌어야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선거 제도를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 등의 방식을 통해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다.

필자는 김누리 교수가 쉬운 언어로 명확하게 파악하고 진단한 우리의 불행이 당연하지 않도록 김누리 교수의 생각과 글이 여기저기에서 나뉘고 읽히기를 바라며, 강연회도 많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그의 생각에 동조하는 많은 사람이 생겨나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거대한 움직임이 됐으면 한다.

아이들 사교육비 마련에, 장시간 노동에 우리의 시간을 더 이상 낭비하지 말자. 주입식 경쟁 교육에, 공부 기계로 우리 아이들을 등 떠밀지 말자. 대학 서열을 없애자고 대학 등록금을 없애라고 대학을 국립화하라고 정부에 주장하자. 의료와 주거를 국가가 책임지라고 외치자.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주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자.

국가가,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가 정치에 나서자.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 중심에서 서서 외치도록 하자.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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