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청아출판사

 

▲ 홍예지 사서
평택시립 장당도서관

일어나지 말았어야할 비극이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비극을 온몸으로 관통해낸 저자의 생존기록이다. 유대인이자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인 저자와 그의 가족은 세계 2차 대전 중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용된다. 화물열차에 실려 아우슈비츠로 간 그는 평범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육체적 억압과 인권상실을 경험한다.

아우슈비츠는 아우슈비츠 Ⅰ, Ⅱ, Ⅲ으로 알려진 3개의 대규모 수용소와 40개의 소규모 수용소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가 수용된 아우슈비츠Ⅱ는 비르케나우 수용소라고 불렸다. 비르케나우 300개의 막사에는 항상 9000여명이 수용되어 있었는데 이곳에서만 100만 명 이상의 유대인들이 가스실에서 처형되었다. 가스실 굴뚝에서는 매일 검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그 사람 왼쪽으로 갔습니까?”

“네”

“그렇다면 그곳에서 그 사람을 볼 수 없겠군요.”

나치의 가혹한 매질과 강제노동, 죽음의 공포,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내와 부모님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고통의 상황에서 어떻게 인간이 온전할 수 있을까. 전쟁이 끝나고 죽음의 수용소에서 풀려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살아있는 인간 실험실이자 시험장이었던 강제수용소에서 어떤 사람들이 성자처럼 행동 할 때, 또 다른 사람들은 돼지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은 내면에 두 개의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의지에 달려있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서 극한의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고자 했고, 인간의 숭고한 인간성과 본연의 가치는 처한 상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의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의 심리학 이론인 로고테라피를 통해 규명했다.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정신 의학자인 빅터 프랭클의 자전적인 에세이.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참혹한 고통을 건조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술회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러한 경험을 분석해 정신 치료 기법인 로고테라피를 정립하고, 이 기법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고난을 극복하고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한다.

사람은 슬픔과 고통에 순응하며 조응해 나가는 존재가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었다. 빅터 프랭클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슬픔과 고통에 조응해 나가는 존재이나, 결코 순응하는 존재는 아니다. 오히려 삶의 의지는 고통 속에서 빛난다. 깊어가는 가을에 깊어가는 생각을 여물게 해줄 한권의 책, 여러 가지 삶에 관한 물음들 중 ‘대체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체험적 해답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