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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근대 역사와 문화를 한 곳에서 만나다

 

평택시는 고덕국제신도시로 개발하고 있는 고덕면 좌교리 함박산 중앙공원에 2024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종합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평택을 대표하게 될 박물관 건립에 있어 구체적인 형식과 내용까지 완성해가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평택박물관 건립은 2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논의되어 온 시민의 염원인 만큼 많은 고민 속에 전문가와 시민, 행정의 지혜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 <평택시사신문>은 전문기자단과 함께 전국의 박물관을 직접 돌아보며 각 박물관의 설립 배경과 특징, 장단점, 박물관이 갖추어야 할 형식과 내용, 프로그램 등을 지면에 실어 평택박물관 건립에 도움이 되도록 20회에 걸쳐 ‘박물관을 가다’ 특집기사를 연재한다. - 편집자 주 -

 

 

수탈과 근대도시의 양면성 지닌 부산 근대역사
격동의 근대사 알리고 교육하는 공간으로 활용 
부산의 근현대사를 한눈에 조망하는 유물 전시

 

▲ 부산근대역사관 전경

 

■ 근대를 보는 관점, 근대의 양면성

역사에서 시대구분은 일반적으로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사분四分 한다. 그렇다면 근대는 언제부터일까. 서양사의 경우 르네상스 이후 봉건사회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가 성립되는 시기를 일컫는다. 이에 비해 한국사에서는 근대의 기점에 대한 논의가 연구자마다 다르다. 최근에는 1860년대로 좀 당기고는 있지만 대체로 1876년 강화도조약을 기점으로 보고 있다.

근대시기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환상을 갖기도 하고 뭔가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좋은 것만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는 중세라는 시기가 암흑사회로 불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근대시기가 모두 긍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대시기의 암흑기를 꼽는다면 바로 제국주의 시대를 들 수 있다. 특히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의 근대는 암흑의 시기였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근대는 제국주의 세력의 침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개항 이후 제국일본의 본격적인 침략과 서세동점西勢東漸 하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팽창은 당시 조선을 위협하였다. 그러면서 조선은 근대라는 물결이 넘실거리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개항장은 부산이었다. 근대를 맞는 부산은 일본의 경제적 수탈을 위한 전초기지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점차 근대도시의 기틀을 갖추어갔다. 수탈과 근대도시라는 양면성을 지닌 부산의 근대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부산근대역사관’이다.

 

▲ 제1전시실 근대부산 연표
▲ 제1전시실 부산의 근대개항

 

■ 수탈의 현장이 박물관으로 탈바꿈

부산근대역사관은 일제강점기 수탈기관의 대명사로 알려진 동양척식회사 부산지점을 현재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1929년 문을 연 동양척식회사 부산지점은 해방 후에는 미국 해외공보처 부산문화원으로 50년간 사용되었다. 부산시민은 수탈과 지배의 역사를 간직한 이 건물의 반환운동을 전개했고, 그 결과 1999년 마침내 부산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부산시는 외세 주둔의 상징이었던 이 건물을 격동의 근대사를 알리고 교육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2003년 7월 3일 부산근대역사관으로 개관했고, 이에 따라 부산의 근대 역사와 문화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산근대역사관이 자리하고 있는 일대는 아직도 근대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으며, 이를 활용한 문화의 거리로 조성되면서 젊은 감성이 넘치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부산근대역사관 1층에는 안내실, 영상실, 학예연구실, 정보검색 코너,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2층과 3층에는 부산의 근현대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유물 200여 점을 비롯해 영상물 6점, 모형물 2건 등의 전시물이 전시되고 있다. 제1전시실인 2층에는 부산의 근대, 일제의 수탈, 근대도시 부산 등 3개의 전시 코너가 있으며, 제2전시실 3층은 동양척식주식회사, 한미 관계, 부산의 근대거리, 그리고 기획전시실이 있다. 

▲ 제2전시실 동양척식주식회사
▲ 제2전시실 부산의 근대거리

 

■ 근대 부산 개항의 공간, 제1전시실

1층에서 전시실 입구라는 안내표시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면 제1전시실을 만난다.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근대부산의 연표이다. 세부 전시 내용은 부산의 근대개항, 일제의 수탈, 근대도시 부산 등 3개의 주제별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부산의 근대개항 전시는 ▲부산의 근대 개항 ▲일본인의 이주와 전관거류지 설치 ▲조선 정부와 조선 상인의 활동 등 3개의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일제의 수탈 전시는 일제의 지배기구, 무역과 상업, 농업과 공업, 수산업과 금융업, 인력수탈, 물자수탈 등 6개의 코너가 있다. 근대도시 부산 전시는 ▲시가지 계획과 매출 ▲부산항 변천도 ▲항만과 철도 ▲1938년 부산시가지 모형 ▲근대시설 ▲동래의 변화 등 6개의 소주제로 구성됐다.  

1876년 개항 후 일본인들은 조선의 쌀을 일본으로 가져가고 일본의 공산품을 조선 시장에 팔기 위해 부산으로 건너와 무역하는 개항장의 모습들, 일제강점 이후 부산을 행정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들어선 부산부청을 비롯한 경찰서, 세관 등 지배기구와 조선인 소작농의 쌀을 수탈하는 광경, 한산한 어촌에서 근대도시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제1전시실은 일제의 침략과 수탈로 형성된 부산의 근대사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 제국침탈과 부산의 근대거리, 제2전시실

제2전시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부산근대역사관’이라는 걸개 사진이 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한 계단씩 오르다 보면 전시실을 마주하게 된다. 제2전시실은 ▲동양척식주식회사 ▲한미 관계 ▲부산의 근대거리 등 3개의 주제별로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동양척식주식회사는 일본이 조선의 경제를 지배할 목적으로 1908년 설립한 식민지 국책회사이다. 조선의 쌀을 안정적으로 일본에 공급하고 일본 농민을 구제하려는 목적을 가진 ‘동양척식주식회사’ 전시공간은 서울 본점를 비롯해 부산, 목포 등 전국에 있는 지점의 모형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미 관계’ 코너는 한국과 미국의 첫 만남인 제너럴셔먼호 사건에서부터 시작된 ‘19세기 한미 관계의 출발’, 현대 부산의 한미 관계의 ‘미군정기 정치와 행정·사회와 경제’, 한국전쟁기 한미 관계인 ‘한국전쟁과 미국 원조’, 반미 사건으로 상징되는 ‘미문화원 방화사건과 반환운동’ 등 부산에서의 한미 관계사를 보여준다. 

‘부산의 근대거리’ 코너는 부산의 중심이자 일본인들의 거류지인 대청동 거리를 재현해 전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전차하면 서울만 떠오르지만 부산에서도 전차가 운행되었다는 것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전차의 모형과 전차로가 뻗어 있는 거리의 재현은 193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역사관을 뒤로 하고 일본인 거리를 걷다 보면 지금은 전차가 없어도 옛 거리의 원형은 그대로 남아 있다. 제2전시실은 제국주의 세력의 침탈상과 일제강점기 대청동 거리를 재현해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다. 

▲ 경부선 부산역

■ 매년 다양한 주제로 전시, 기획전시실

박물관마다 반드시 갖춘 것이 기획전시실이다. 상설전시에 비해 관람객들이 좀 더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전시공간이라 더욱 기대됐다. 올해는 ‘카메라를 든 헝가리 의사 보조끼 데죠, 1908’이라는 기획전시를 꾸몄다. 특별교류전으로 마련된 기획전시는 1907년 3월부터 1909년 4월까지 동아시아를 여행하면서 한국의 제물포, 서울, 거문도, 부산 등지에서 찍은 사진을 여정과 함께 전시했다. 부산은 당시의 거리 광경과 아침 시장, 해수욕장, 거리에서 만난 부산 사람들 등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한편 1층에서도 ‘대한제국(1897~1910) 부산풍경’이라는 테마로 기획전시가 개최됐다. 대한제국 시기 부산 정거장, 부산 개성학교 개교식, 일신여학교 졸업사진, 부산해관 청사와 직원, 1897년·1904년·1909년 부산항의 모습, 순종의 부산 나들이 장면 등의 사진들로 꾸며졌다. 

기획전시는 2003년 7월 개관 이후 모두 스물여덟 차례의 특별전시를 가졌다. 주요 기획전시로는 ▲사진엽서로 떠나는 근대기행 ▲광고, 그리고 일상(1876-1945) ▲그림으로 남는 100년 전의 기억-기산풍속도 ▲근대 사진전 ▲부산의 근대자본가, 청운 윤상은의 일생 ▲근대의 기억, 학교에 가다 ▲경성, 1930 ▲시간여행-100년 전 근대도시 부산으로 ▲근대, 관광을 시작하다 등이 있다. 

 

■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으로 재탄생 준비

부산근대역사관은 소장품을 e뮤지엄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소장 자료의 대분류에 의하면 의생활, 식생활, 주생활, 산업·생업, 교통·통신, 전통과학, 사회생활, 종교·신앙, 문화예술, 군사, 미디어, 기타 자료 등 주제별로 소장하고 있는 오브제를 인터넷으로 제공, 관람할 수 있다. 이외에도 부산근대역사관은 교육과 학술연구 활동 등을 통해 시민과 거리두기를 친밀하게 하고 있다. 

부산시는 현재 부산근대역사관과 바로 곁에 있는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를 통합해 부산항 개항부터 한국전쟁, 경제성장, 민주화를 이룬 부산의 근현대 모습을 담은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929년 건축한 현 부산근대역사관과 1965년 건립한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은 부산의 근대건축과 모더니즘 건축양식을 대표하는 건축사적 가치도 매우 높다. 부산시는 부산근대역사관 건물을 부산시기념물 제49호,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을 문화재자료 제70호로 지정하여 보존 관리하고 있다. 

글·사진/성주현 전문기자·평택박물관연구소장

 

■ 부산근대역사관

◆ 관람 안내

○ 주소 : 부산광역시 중구 대청로 104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오전 9시~오후 8시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휴관
○ 문의 전화 : 051-253-3845
○ 누리집 : http://museum.busan.go.kr/modern/index
○ 찾아오는 길
   - 시내버스 : 해운대 방면→국제시장/40번
                 서면 방면→국제시장/81, 86번
                 부산역 방면→국제시장/40, 81번
   - 지 하 철 : 1호선 중앙역 하차 5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중앙역 17번 출구에서 40, 81번 버스 탑승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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