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란/ 유노라이프

 

 

 
정예연 사서
평택시립 배다리도서관

제목을 보고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살짜리 딸을 키우고 있는 나에게도 엄마라는 존재는 매우 특별하기 때문이다. 엄마와 딸만의 유대감을 애틋하게 풀어나갔으리라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첫 장부터 예상은 빗나갔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이 자신의 만족을 직접 채우기보다 남편이나 아들, 즉 남성의 빈 곳을 메우는 방식으로 채우려 하지만 딸아이의 결핍은 같은 방식으로 채우려 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대부분의 엄마들이 딸 보다는 아들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쓰고 관심을 준다는 얘기다. 감성적이었던 나의 기대감은 실망감과 당혹감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끝까지 읽어야 할 것만 같았다. 책의 제목이 나를 다시 붙잡았다. 

머리말에서 작가는, 자녀양육에 있어서 아버지가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이 결코 아니며 선택적으로 딸과 엄마의 관계에 집중해 쓴 것임을 전제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일반화시키려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책을 다 읽은 나도 그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작가의 생각을 일반화시키지는 않았으면 한다.

“여자아이들은 엄마를 중심으로 관계를 형성했다면, 남자아이들은 자기 자신에게 더 몰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작가가 집중한 딸과 엄마의 관계는 딸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대부분의 딸들은 자신보다 엄마를 우선시하거나 자신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엄마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지만, 엄마는 딸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실제로는 아들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딸의 성장에 결핍으로 남아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여러 상담 사례들을 통해 이야기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처음의 당혹감은 회복되었지만 그래도 조금의 아쉬움이 남았다. 딸의 양육에 대한 작가의 우려는 공감하지만 태생적으로 남녀 성향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딸이기 때문에 엄마의 지원군이 되며 딸이기 때문에 엄마의 관심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바쁜 일상에서 놓쳤거나 모른 체 해 왔던 내 아이의 감정들과 아이와 갈등상황에서 내가 보였던 반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엄마 아빠라면 한번 쯤 겪었을 고민과 갈등을 짧게나마 상담해주듯 풀어준 것이 위로기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일을 하고 너는 너의 일을 한다. 나는 너의 기대에 맞추려고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이 아니며 너는 나의 기대를 이루려고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만난다면 좋을 것이다.” 

- 프리츠 펄스

딸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면, 나를 키워낸 우리 엄마의 모습과 아직 나밖에 모르는 딸아이가 떠올라 뭉클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했다.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가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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