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 기원은 슬로푸드, 건강하고 깨끗하고 공정해야
평택은 소비·공급 불균형 지역, 특성화 로컬푸드정책 필요


 

▲ 평택로컬푸드 이충직매장

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자연스럽게 먹거리 문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먹거리의 탄소발자국에 대한 고민도 많아졌는데 탄소발자국이란 생산에서 소비, 폐기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전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배출량을 뜻한다. 이러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로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건강한 평택의 먹거리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은 어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닌 시민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 편집자 주 -

 

 

▲ 평택시 오성면 유광호 씨 농가 소비자체험

 

■ 먹거리 정책은 농업정책의 중심
농업은 산업이다. 농업은 경제·산업분야에 속한다. 농업이란 작물과 가축을 재배 사육하는 것이다. 농업의 시작은 작물과 가축을 가꾸고 키워서 식품용과 의료용, 문화용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 시작이라 볼 수 있다. 대체로 6000년 전에 동·식물을 사육하고 재배하면서 산업이 시작한 것이다. ‘먹거리 정책’은 식품용 산업정책의 범주에 속한다. 식품용·의료용·문화용 산업은 인류문화 발전에 가장 기초적인 산업으로서 농업의 범주에 들어있다. 고로, 먹거리정책은 농업정책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다.
성경은 연대기적 역사기록은 아니지만 인류문화적 기원을 엿볼 수 있는 기록으로 전승돼 오고 있다. 인류를 창조할 때의 기록이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거리가 되리라” 창세기 1장 中
“하나님이...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free)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from the tree of the knowledge of good and evil)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1장 中
다음 기록은 노아의 방주와 홍수 이후 세상에서 물난리가 끝난 후의 기록이다.
“모든 산 동물은 너희의 먹을 것이 될지라. 채소같이 내가 이것을 다 너희에게 주노라. 그러나 고기를 그 생명 되는 피 째 먹지 말 것이니라. 내가 반드시 너희의 피 곧 너희의 생명의 피를 찾으리니” 창세기 9장 中
여기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전승에는 먹거리에 대한 기준이 설명돼 있다. 식물 위주의 먹을거리는 자유로 먹어도 되지만, 좋고 나쁜 것을 함께하는 동물로부터 나온 것은 죽는 먹거리라고 한다. 동물성 먹거리는 노아홍수 이후에 허용하며 육식을 허용할 때 생명은 먹지 말라 금했다. 이것은 공정한 축산물 생산기준의 기록이다. 노아의 홍수는 연대기적으로 수메르문화 시기인 기원전 4000년 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 평택시로컬푸드종합센터와 평택시로컬푸드재단(평택시 오성면 숙성리)
▲ 평택시로컬푸드재단 창립총회(2020년 11월 23일)

 

 

 

■ 음식에 담긴 인류의 존엄
지역먹거리로 번역되는 ‘로컬푸드’는 ‘슬로푸드운동’에서 비롯한다. 2005년 다음과 같은 책이 출판됐다. <슬로푸드제국: 왜 우리가 먹는 음식은 좋고 깨끗하고 공정해야 하는가 Slow Food Nation: Why Our Food Should be Good, Clean, Fair>. 우리나라에서는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번역자인 김종덕 국제슬로푸드연맹한국협회장은 평택과 연고가 있고 평택에 처음 로컬푸드를 이론적으로 소개한 학자다. 이때 책 제목으로 사용한 ‘Good, Clean, Fair 좋고 깨끗하고 공정한’ 문구는 이후 푸드 철학을 담아낸 표현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탈리아어로 <부오노, 풀리토 에 주스토 buono, pulito e guisto> 이라고 책 제목을 지었는데 영역으로 출판되면서 사용된 ‘good clean fair’ 문구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좋은 음식은 건강한 음식이다. 곧, 로컬푸드는 건강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음식이란 것이다.
요리사들과 음식전문가들은 슬로푸드를 조리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으로 이해했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되고 지역에만 존재하는 음식재료나 요리로 이해했다. 이는 음식이 만들어져서 사람이 먹을 때까지 지역에서의 재료 생산부터 음식까지 모든 과정을 천천히 살펴보는 슬로푸드, 로컬푸드를 잘 못 이해한 것이다.
좋고 건강한 음식이어야 한다. 음식이 건강하고 깨끗하려면 그 음식을 과도한 화학비료와 농약, 폐기물, 오수, 쓰레기, 방사능으로 덮고 오염시키지 말아야 한다. 땅과 공기, 물과 농축산물이 건강하고 깨끗해야 한다. 공정하다는 뜻에는 생산과 가공, 유통, 판매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권과 노동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메시지가 포함돼 있다. 먹거리 과정에서 어린이, 여성, 노인, 미취업 청년, 장애인, 다문화 형제들의 사람다운 삶이 있느냐는 귀한 메시지가 포함돼 있다. 음식의 만듦에 인류의 존엄이 담겨 있다. 조리된 음식과 요리의 최종 모습인 맛, 서비스의 기준인 가격과 식당서비스 수준, 음식과 요리의 최종 결과물에서 물질문명의 이익추구만 보지 말고 만들어진 과정과 거기 걸쳐있는 모든 삶과 과정, 장소와 생산과정, 문화적 영향 등을 보고 함께하는 것이다.

▲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포컬푸드 생산농가 스카이블루농원
▲ 평택시 파워블로거들의 평택로컬푸드 생산농가 SNS 홍보

■ 고령화 농촌 농업 복지정책 필요
평택시는 증가율 25.2%에 달하는 지속적인 인구증가와 도시화율 65.9%에 달하는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다. 반면, 농가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4년 전 3만 명이던 농업인구가 올해 2만 명, 농가 8700가구 수준으로 줄었다. 전체인구 53만 명의 3.7%에 불과하다. 전업농비율은 40% 미만이며 0.5ha 농가가 61.9%이다. 또 농업인 중 65세 이상이 44.3%다. 쌀과 배 생산액 비율이 59.3%이다. 농협의 지역 농산물 취급 비중이 35%이고 친환경 인증 면적 비율은 0.7%에 불과하다.
평택지역 농업인들이 열심히 농업을 유지하고 생산해도 평택의 농업생산량으로는 건강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먹거리를 평택시민의 수요에 맞게 공급할 수가 없다. 반면, 소비수요가 많으니 평택농업인이 생산하는 건강하고 깨끗한 생산물을 모두 소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생산자들의 소득보장 차원에서 평택시에 맞는 가격 지지정책과 유통정책이 요구된다. 또한 이미 65세 이상 고령농업인이 44%이며, 몇 년 후는 절반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농업인과 농업지역을 위한 평택시에 맞는 복지정책이 수립·시행돼야 한다. 평택시가 이를 잘 수립하면 그 사례는 점점 고령화되는 전체 농업인 농촌 정책에 대한 국가 정책을 세우는데 모범 모델이 될 것이다.

 

▲ 정장선 평택시장과 공무원들의 완주로컬푸드사업 벤치마킹
▲ 평택로컬푸드직매장에 진열된 농산물

■ 평택시 고유의 먹거리 정책 시행해야
평택시는 작은 광역시와도 같다. 서울시, 부산시, 인천시 등 농업농촌지역이 거의 없는 도시의 소비지와 유사하다는 뜻이다. 지역 생산물을 모두 지역에서 소비하기 힘든 영·호남 지역의 농업지역과는 차이가 뚜렷하다. 그래서 평택의 로컬푸드 푸드플랜은 소비의 안전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건강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good clean fair’ 먹거리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푸드플랜과 관계된 다양한 농업정책과 먹거리정책은 각론이다. 농업인의 소득 증대와 시민의 안전한 먹거리 제공은 방향이다. 지역 생산과 지역 소비의 선순환정책은 21세기 대한민국의 푸드플랜과 로컬푸드정책의 보편적 기본 방향이다.
평택시는 숫자는 적지만 매우 소중한 지역 농업인들을 위한 고유의 가격 지지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평택시는 고령화 돼 가는 농업인들과 평택농촌을 위한 평택시에 맞는 고유한 복지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평택시는 제한 없이 늘어날 것만 같은 평택시민을 위한 고유의 건강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먹거리가 공급되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기존 로컬푸드재단이나 로컬푸드정책이 세워진 곳은 대부분 농업도시에 해당한다. 그 정책을 그대로 가져오면 평택과 맞지 않을 것이다. 그 특성을 잘 조사하고 이해해야 한다. 대규모 소비지인 서울이나 도시지역 푸드플랜정책을 잘 조사하고 이해해야 한다. 평택은 평택시에 맞는 먹거리정책, 로컬푸드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평택시에 맞는 푸드플랜을 준비해야 하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글·김준규
평택시로컬푸드재단 이사장
편집·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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