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행을 바라지 않고
근면 성실하게
소처럼 우직하게
지구를 배려하자

 

 
▲ 임윤경 사무국장
평택평화센터

동의보감에서 “한 사람의 몸은 한 국가의 모습과 같다”고 했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2020년을 생각하면 가슴에 콕 박히는 구절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일상이 코로나19로 완전히 달라졌고 온라인 수업, 비대면 회의 등 새로운 삶의 형태들이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한편으로는 작지만, 가벼이 여겼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시간이기도 하고 그 많은 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투자한 적이 없는지라 뭘 해야 할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신축辛丑년은 60간지 중 38번째 해로 ‘요행을 바라지 않고 근면 성실하게 나아가야 하는 해’이다. 경자년이 ‘차갑고 습하며 날카롭고 명확함이 응축된 해’였다면 신축년은 차갑고 습한 기운 대신 소의 우직함이 더해진 꼴이다. 요행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신축년 새해인 지금, 코로나19의 종식을 은근 바라게 되는 건 왜일까.

2020년은 이상 기후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해이기도 했다. 중국 쓰촨성 부근의 4개월 연속된 홍수와 인도의 몇 년이나 계속되는 홍수 피해, 그리고 한국 또한 올해 여름 역대 최장기간 장마로 인한 홍수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와 더불어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다. 지구촌 대부분의 기후학자와 과학자들은 이런 변화를 ‘기후 위기’ 또는 ‘환경 재앙’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지구를 되살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소리 높이고 있는 것이다. 기후학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 추세로 7년 뒤면 지구 온도가 1.5℃ 높아진다. 이것은 단순히 북극 빙하가 녹고 북극곰이 죽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인류의 물과 식량 부족, 코로나19 보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 창궐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전국 각지에서 청소년 500여 명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지구 온도 1.5℃ 상승 저지와 정부의 즉각적인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결석시위’를 열었다. 이 시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150여 개국의 주요 도시에서 400만여 명의 청소년이 함께한 환경시위다. 이날 한 학생의 외침이 기억에 남는다. “당장 내일이 없는 상황에서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나. 이것은 학교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세계 학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는 지구가 보낸 백신’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 같은 최악의 감염병도 기후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동양의학이 말하는 ‘병이란 우리 삶과 신체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지혜를 가지는 게 아닐까. 동양의학에서 병이란 몸이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로, 현재 ‘환경 재앙’이라 칭하는 현상들은 이와 비교하면 지구가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인 셈이다. 결국 겉으로는 위생과 청결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세상을 오염시키고, 그저 내 눈에 보이는 세상만 깨끗하면 됐던 우리 모습이 지금, 기후 변화와 환경 재앙을 만들어낸 것이다.

질병이라는 화두와 동시에 자기 배려와 자기 탐구에 몰두하게 만든 경자년. 그렇다면 신축년은 자기 배려와 더불어 지구를 배려하는 해여야 하지 않을까. 고대 그리스 정치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기 배려, 자기 탐구였다고 한다. 타인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배려가 필요하다고 여긴 것이다. 사실 자신을 배려할 수 없다면 다수의 국민 혹은 익명의 시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신축년은 ‘요행을 바라지 않고 근면 성실하게’ ‘소처럼 우직하게’ 지구를 배려하는 작은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제도권이든 모두 “나 하나의 변화로 지구가 바뀐다”는 마음으로 신축년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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