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에 기반을 둔
진리를 추구하는
참지식인이 되어
세상을 밝게 만들어야

 

   
▲ 공일영 소장
청소년역사문화연구소

하버드대학교 존 마크 램지어 교수가 최근 세상을 뜨겁게 하고 있다. 그는 2020년 논문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은 자발적인 성 노동자였으며, 위안부는 성노예나 전쟁 범죄가 아니라 매춘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버마(미얀마)의 한국인 위안부 일부는 6개월에서 1년간 계약을 맺고 일했다”고 주장하면서 일본어로 된 1937년 표본 계약서를 인용하는 등 논문 작성의 기본 상식도 벗어나 있다. 심지어 근거로 제시한 표본 계약서가 작성된 시기는 일본이 버마에서 전투를 시작하기 전이기 때문에 부적절한 자료다.

램지어는 ‘오사키’란 이름의 10살짜리 일본인 소녀의 증언을 논문에 등장시켜 계약이 자발적이며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논문에서 “오사키가 10살이 됐을 때 위안부 모집책이 300엔의 선급금을 제안했다”라면서 “오사키는 그 일이 수반하는 것이 뭔지 알았기 때문에 모집책은 그를 속이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에이미 스탠리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등은 램지어 교수가 인용한 원서를 보면 실제로 이 소녀는 “우리는 이런 업무일 줄 모르고 있었다. 믿기 어려울 만큼 끔찍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돼 있다고 반박했다.

문제의 논문이 실린 학술지 부편집인은 3월 출간 일정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해당 논문의 주장과 이 논문이 실리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항의 표시로 부편집인에서 사퇴했다. 폴 밀그럼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앨빈 로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2월 28일 성명을 내고 “게임이론은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합리화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램지어의 논문에 대해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부정론이 연상됐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렇듯 각종 언론보도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램지어 교수의 만행에 대해 지식인들의 비판과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지식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일부 극우성향의 인물들은 ‘하버드대 교수의 위안부 논문, 위안부 문제에 대한 본격적 토론의 계기로 삼아야!’라는 성명을 내며 램지어 교수를 옹호하고 있다. 심지어는 ‘반일종족주의’ 같은 주장들이 난무하며 램지어 교수가 논문을 작성하는데 필요한 이론적 빌미를 제공했다고도 볼 수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램지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데 반해 우리의 상황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광복회, 참여연대, 여성가족부 등 일부에서의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그토록 상대방의 잘못을 송곳같이 날카롭게 찔러가며 비난하는 정치권에서는 무슨 눈치를 보는지, 무엇이 두려운지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역사를 연구하는 지식인들의 비판의 소리는 더욱 들리지 않는다.

식민사학의 영향일까? 진보는 죽은 것인가? 진보, 보수를 떠나 사실에 위배되는 지식은 지식이 될 수 없다. 학자의 주장이 사실에 위배된다면 사실을 아는 지식인들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성인을 자부하는 대학 교수들은 고상하게 관망할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일 관계에 유독 민감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민감하다는 것은 그만큼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더욱 한일관계가 냉각돼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정치권이 나서기보다는 지식인들이 나서야 한다. 자금을 대주는 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어용 지식인이 아닌 사실에 기반을 둔 진리를 추구하는 참지식인이 되어 세상을 밝게 만들어가야 한다.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지식인은 죽은 지식인이다. 가면을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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