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단이
평택 문화예술계의
옥상옥이 되지 않기를…

 

   
▲ 이수연 전 부이사장
한국사진작가협회

몇 주 전 <평택시사신문>의 인터뷰 기사를 보다 깜짝 놀라 몇 번을 다시 읽었다. 평택시문화재단이 특정 작가에게 공모전에 응모토록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공모전을 한다는 게 싫었지만, 적극적인 제안에 고향을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도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용이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공모전’ ‘재단의 제안’ 재단 출범 일 년도 안 된 ‘지난해 12월’의 일이기 때문이다.

공모전은 공정성, 투명성, 보편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특정 작가에게 사전에 적극적으로 응모하라며 정보를 제공했고 그 공모사업을 홈페이지나 언론 보도 또는 다른 방법을 통해 알리지 않았으며, 지역 예술가들을 배제해놓고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면 이건 분명 ‘짜고 친 고스톱’인 셈이다. 더욱이 어떤 사업에 어떤 대상이 최적의 능률을 낼 수 있을지 꿰뚫고 있을 수십 년 된 재단조차 하지 않을 행위를 이제 일 년도 안 된 시점에서 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까지는 한 번의 실수쯤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 예술에 수십 년 몸담아 온 입장에서 재단 관계 인사에게 대신해 지적과 시정 약속을 부탁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재단 사업이나 예산이 아니라 외부 공모이므로 문제가 없다”였다. 기대한 예상 답변은 비공식 답변이라도 “미처 생각하지 않은 실수였고 차후에는 공정한 행정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정도였는데 전혀 사안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다.

문제의 사업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진행하는 전국 방방곡곡 문화 공감이라는 공모전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에 지역 작가와의 협업’을 전제로 하는, 외부 공모전이 맞다. 그러나 연합회 사업담당자와 통화해서 확인한 결과 그 사업은 문화예술회관만 응모할 수 있다고 한다. 평택에서는 문예회관을 관장하는 평택시문화재단만 그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역 문화예술 중흥의 의무와 역할을 해야 하는 재단은 비자발적으로 부여받은 ‘갑’의 자격을 내려놓고 정보를 지역예술계와 공유했어야 한다. 항상 지원에 목말라하는 평택 예술가에게 조금 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과 함께 공정한 입장의 중개자로 그쳐야 하는 게 아닌가. 최소한의 가정을 상정한다 해도 그런 연후에 1차 마감을 하고 응모 작가나 콘텐츠가 없으면 ‘갑’의 자격으로 작가 지정을 했다고 해야 한다. 물론 이 발상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공정성 형식은 갖춘다.

외부 공모전이라서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정보도, 응모 자격도 없는 지역 작가는 ‘갑질’을 당한 셈이다. 더 나아가면 경기문화재단이 자체 재단을 보유한 경기도내 17개 시에 위탁 분배하는 ‘모든 예술 31’ 사업도 평택시 예산이나 사업이 아니므로 문제없다는 논리가 되기 때문이다.

지역 작가와의 협업 문제는 더 심각하다. 평택의 예술 단체나 작가는 이미 수십 년 동안 지역을 지키며 활동해 왔다. 그들보다 더 고향을 사랑하고 잘 아는 이들이 또 있는가. 이들을 소외시킨 채, 재단은 평택을 기반으로 하는 응모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설마 인구 55만 명의 평택에 그에 걸맞은 작가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재단 출범 초기부터 직원 가운데 지역 출신이 거의 없어서 평택을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재단이 될 것이라고 했던 걱정을 스스로 노출한 것인가. 그도 저도 아니면 평택 문화예술인은 수준이 낮아서 소통이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가. 재단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취지의 권유를 받고 고맙게 응한 해당 작가를 비난하는 게 결코 아니다. 출범 초기부터 이럴진대 이를 고치고자 지적조차 않는다면 우리 재단의 공모사업은 물론 전체가 불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단 측의 문제의식에 대한 심각한 불감증과 지난 1년 동안 지역 예술계와는 어떤 소통을 하려고 노력했는지 걱정이 되어 한마디 해본다. 

우리 문화재단이 평택 문화예술계의 옥상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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