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창비

 

 

임고은 사서
평택시립 오성도서관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제목만 보아도 궁금증이 유발되는 책이다.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가 돼지를 키운다니……. 책의 표지를 보니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올 수 있는 부위가 구획별로 분할되어 있다. 이 그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전직 군인이자 여행 작가인 저자는 2014년 스물여덟의 나이로 10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귀촌하게 된다. 저자는 그곳에서 공장식 축산업의 실태와 축산인과 비축산인간의 갈등으로 인해 농촌 마을 공동체가 분열되는 모습을 목격하고 채식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채식을 하면서도 인간이 고기 자체를 먹는 것이 문제시 될 만한 것인지, 동물이 햇빛도 보지 못하는 축산환경이 문제라면,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란 동물의 고기는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서 1년간 돼지 세 마리를 자연양돈 방식으로 직접 키우고 도축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그 답을 얻게 된다.   

책은 1부 ‘공장과 농장 사이’ 2부 ‘생명과 고기 사이’로 이루어진다. 1부에서는 저자가 직접 자연양돈 농장을 운영하며 세 마리 돼지를 데려오는 과정을 시작으로 전기목책을 넘나드는 돼지와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 돼지들에게 자연식을 조달하는 방법, 발정기 대처법, 살충제 없이 파리를 처치하는 방법 등 돼지를 키우며 벌어지는 일화가 저자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과 이해하기 쉬운 삽화로 그려져 있다.

1부가 돼지를 키우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라면 2부는 돼지를 도축하는 결말로,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과 생태계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까지 우리가 마주해야 할 다소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2019년 아프리카 돼지열병유행을 앞두고 키운 돼지들을 한 마리 씩 잡기로 한다. 저자는 결국 3마리 중 1마리의 돼지만 자신의 손으로 도축하게 되고 이 과정 속에서 생명을 거두는 일에 따르는 책임감을 온전히 느끼게 된다.

‘나의 이야기가 직접 도축해야만 돼지를 먹을 자격이 있다는 뜻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고기의 이면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기는 3분 요리처럼 ‘딩동’ 하고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고기 이전에 돼지가 있고, 돼지는 인간과 연결되어 있다. 어떤 고기를 먹을지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 이면까지 알고 선택할 때에야 비로소 진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p.186

저자는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온전히 느끼고 결국 동물도 인간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며, 당장 고기를 먹지 말자고 하는 것이 아닌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우리의 선택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자고 말한다.

‘사람들은 완전한 변화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작은 선택으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뒷다리 살을 먹는다면 돼지의 전체 사육 마릿수를 줄일 수 있다. 자연양돈 방식으로 기른 돼지고기를 먹는다면 돼지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마블링 없는 3등급 소고기를 먹는다면 옥수수 생산을 줄일 수 있다. 옥수수가 줄면 죽음의 해역을 좁힐 수 있고,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을 지킬 수 있다. 고기 섭취량을 줄인다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 우리의 선택으로 조금씩 바꾸어 나갈 수 있다.’  p.163

육식과 채식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나 동물과 사람 그리고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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