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오산미공군기지에
740년 된 은행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하자

 

 
▲ 김성기 상임공동대표
평택평화시민행동

K-55 평택오산미공군기지 골프장 4번홀 인근에는 수령이 740여 년쯤 되는 은행나무가 있다. 은행나무 앞 표지석에는 1280년경 심어졌다고 쓰여 있다. 필자가 이 은행나무 이야기를 처음 듣게 된 것은 2012년 당시 이석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의 국정감사를 통해서다. 미군기지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온 필자는 그렇게 오래된 은행나무가 평택오산미공군기지 안에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고 호기심을 갖게 됐다. 은행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직접 볼 수는 없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은행나무 이야기가 내 머릿속을 맴돌던 어느 날 서탄면 장등2리 한 어르신과 대화하다가 우연히 평택오산미공군기지 안 은행나무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러나 당시 물난리로 더 깊은 대화는 할 수 없었다. 그 이후 어르신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여러 번 수소문도 해봤으나 결국 만나지는 못했다. 그렇게 또 몇 년이 흘러 올해 4월 23일 장등1길에서 평택오산미공군기지 은행나무에 얽힌 주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기지 안 은행나무를 볼 수 있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난 것처럼 너무 기뻐 보고 또 보고 멀리서나마 사진도 찍었다.

“은행나무 주변에는 마을이 있었어요. 나는 1953년 6살 때 평택오산미공군기지 확장 공사로 할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쫓겨났죠. 평택오산미공군기지 안에 있는 것은 수놈이고, 기지 밖에는 암놈이 있었어요. 암놈은 오래전 아이들이 불장난하다가 그만 불이 붙어 마을 주민들이 껐는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홀라당 타버리고 말았죠.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현재의 암놈을 다시 마을에 심었어요. 글쎄 그 암놈도 건물이 들어서면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하고 현재 자리에 위치하게 됐죠. 은행나무 주변에 있었던 마을은 없어지고 지금은 미군을 위한 골프장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저기 저 담장 너머에 그 은행나무가 있죠”

3.8선 철조망을 두고 만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이 있듯이, 평택오산미공군기지로 인해 은행나무 암수는 자유로이 만날 수가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나무가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아직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평택오산미공군기지 은행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해 잘 보살필 것을 제안한다. 보호수란 노목 老木, 거목 巨木, 희귀목 稀貴木으로서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를 보호수목으로 지정해 현재 있는 장소에서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지정권자는 기초자치단체장인 시장·군수이다.

수령 100년 이상의 노목, 거목, 희귀목으로서 고사 故事와 전설 傳說이 담긴 나무나 특별히 보호 또는 증식 가치가 있는 나무의 경우 보호수로 지정할 수 있다. 하물며 수령이 700여 년을 넘고 서탄면 장등리 마을의 당산나무였던 은행나무를 외국군 기지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한·미 양측은 주한미군기지 문화재 보호와 관리를 위한 관련 합의서에 서명한 바도 있다. 앞서 이석기 국회의원은 ‘미군기지내 문화재 보호를 위한 합의권고’에 따라 평택오산미공군기지 은행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것을 주문했다. 당시 그는 “그것은 단순한 은행나무가 아니라 그 마을 주민의 영혼과 정신이 녹아있는 은행나무다. 주한미군에 의해 철조망에 갇혀 고향을 잃어버린 실향민의 심정이 녹아있다”며, “평택시와 문화재청의 책임 있는 조치로 훼손되지 않도록 간절히 바란다”고 촉구했다. 필자는 평택시가 평택오산미공군기지에 있는 은행나무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보호수 지정을 위해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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