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객처럼
그들을 지켜보는
우리 마음이
깊게 아려온다

 

 

   
▲ 정재우 대표
가족행복학교

모처럼 작정하고 극장엘 갔다. 사전에 영화 정보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채로 그냥 나섰다. 막연히 아프리카에서 실제로 일어난 또 하나의 미라클 작전을 영화화했다는 사실만 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영화를 한국인이 찍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배우들이 직접 아프리카 현지에 가서 촬영했다. 모로코의 한 도시를 빌려 세트장으로 만들었고, 군중은 현지 사람들을 모집해 촬영했다. 류승완 감독은 원래 특이한 성향의 영화를 많이 만드는 사람이라고 한다. 무려 넉 달에 걸쳐 현장에서 모든 촬영을 마쳤다.

이 영화는 소말리아 수도인 모가디슈를 탈출한 남·북한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 이야기다. 소말리아에 갑자기 내전이 일어나 양쪽 대사관이 혁명군에 의해 공격을 당해 탈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평소 남한대사관과 북한대사관은 마치 앙숙처럼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 앙숙관계였지만 이들은 함께 이탈리아대사관 관저로 목숨을 건 이동을 했다. 비행기에 올라탄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케냐공항에 도착했고 북한대사관 사람들은 평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헤어지는 장면에서 영화 속 인물보다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북한대사관 사람들이 북측 요원의 눈치를 보면서 걸어 나가는 장면에 못내 눈물을 쏟고 말았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눈물을 억제하기 어려웠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남과 북의 대치상황과 북녘 동포들이 차마 입 밖으로 말하지는 못하나 남쪽을 그리워할 것을 생각하니.

추석 명절을 앞두고 남북 간 미사일 신무기 시험발사로 다시 전운이 감도는 것 같았다. 신무기 개발 경쟁을 하는 것이다. 아직도 휴전 상태이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우린 언제까지 이런 극한적 위기충돌을 견뎌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남쪽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늘 북핵의 위협을 받고 있다. 불안하지만 이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태연하게 살아가는 남한의 사정도 딱 하고 안타깝다. 그러나 우리보다 북한정권은 그들의 젊은 세대에게 사이버상에 넘쳐나는 한국정보를 다 숨길 수 없을 것이다. 젊은 세대를 포함한 북한주민은 겉으로는 숨기면서 속으로는 평화로운 통일의 날을 고대할 것이다.

국민들의 일용할 경제력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북한정권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모가디슈 내전 상황과 같은 일이 언제 어떤 형태로 그곳에서도 일어날지 모른다. 그들이 매우 불안하다. 삼대를 이어가는 북한정권이 어느 순간 홀연히 끝이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절대권력은 절대 무너진다고 세계역사가 말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들의 현재는 헤아려 말하기도 부족할 만큼 눈물겹다. 영화를 보는 관객처럼 그들을 지켜보는 우리 마음이 깊게 아려온다. 이 추석 명절에 명치 끝에서부터 더 아프게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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