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12월 10일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가 누적관객 10만 명을 넘어섰다. ‘태일이’는 대기업의 투자로 제작되는 보통의 영화 제작 과정과 달리 제작부터 개봉까지 이 시대의 수많은 태일이들의 참여와 응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영화 제작비 마련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은 2억 원에 육박한 액수를 달성하며 성황리에 종료됐다. 이후 1970명을 목표로 한 ‘태일이’ 소액 투자 제작위원 참여운동 등에도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했다. 이미 개봉 전부터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 모두 2만여 명에 달하는 사람이 ‘태일이’를 응원한 셈이다. 특히, 이 중 9000여 명의 후원자가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고, 약 9분간 이어진 엔딩 크레딧은 뭉클한 감동을 준다. 영화 ‘태일이’는 분명 우리 시대 태일이들의 영화인 셈이다.

‘근로기준법’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에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은 절망하고 분노했다. 전태일이 살던 당시와 오늘날 노동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 1000만 시대,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들. 여전히 출근 후 퇴근하지 못하는 산재 사망 노동자들. 오늘날 전태일은 아주 분명한 목소리로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하라,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해서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개정하라,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재개정하라”라고 분명히 외쳤을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고용, 임금, 휴업수당, 휴일, 노동시간, 취업규칙, 단체협약 적용 등 노동조건에 관한 최저기준을 정한 기본법이다. 그러나 법 제11조는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해야 할 이 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계약서 작성 등 일부 조항 외에 모두 적용하지 않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약 60%가 일하는 5인 미만 사업장들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로서 이곳의 노동자들은 법정 최저기준도 보장받지 못한 채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법적 최저선 이상은 보장해야 한다는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회사를 여러 개의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쪼개는 사용자도 있다.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5인 이상이 일하고 있는 곳이냐, 아니냐에 따라 법 적용을 다르게 하는 이런 비정상적 상황은 지금 당장 바뀌어야 마땅하다.

아울러 모든 노동자가 노동기본권을 누리고 노조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노조법’ 제2조 개정을 통해 ‘근로자’와 ‘사용자’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한다. ‘노조법’ 2조는 ‘정의’ 조항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규정한다. 이 부분에서 근로자, 사용자, 사용자단체, 노동조합 등을 정의하는데 지금의 ‘노조법’ 2조 규정은 사용자도, 근로자도 그 범위가 너무 좁다. 때문에 배달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가 법에서 배제되고, 원청 사용자가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처럼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는, 사용자들이 법에 따라 당연히 져야 하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주화 등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늘려왔고, 층층이 쌓인 복잡한 고용구조 속에 진짜 사용자는 숨고, 수많은 비정규직은 자신의 노동조건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원청 사용자를 만나지도, 교섭하지도 못하는 현실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조법’에 따른 사용자의 정의 역시 제2조 개정을 통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 등을 포함해 확대해야 한다.

지금도 코로나19 사망자의 8배가 넘는 2400여 명의 노동자가 매년 산재로 사망하고 있다. 51년 전 전태일이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지만, 우리의 노동 현장은 안타깝게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원청인 재벌 대기업은 위험을 외주화해서 하청 노동자가 사망해도 하청 업체만 처벌받을 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개정돼야 하는 이유다. 지금 당장 우리가 실현할 전태일 정신이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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