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가
더 큰 처벌을 요구하는지
제발 알아듣길 바란다

 

▲ 정종해 공동집행위원
이선호님산재사망사고대책위원회

이선호 씨 산재사망사고와 관련된 피의자들의 선고공판은 2022년 1월 13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 열렸다. 주식회사 동방은 벌금 2000만원, 주식회사 동방 평택지사장 A 씨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나머지 피의자들도 금고 4~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판사는 “피해자의 안전을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피고인들의 잘못들이 경합해 피해자가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황망한 결과가 초래됐다. 피고인들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유는 재판부가 산업안전보건의 의무가 주식회사 동방에게 있음을 인정했고, FR컨테이너가 제대로 관리받지 않은 점과 부족한 인력으로 FR컨테이너 작업을 진행 한 점 등 주식회사 동방에게 많은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산재사망의 원인이 결국에는 기업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양형 가중요소는 중상해가 발생한 경우, 주의의무 또한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한 경우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또한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 정도가 중한 경우 양형을 가중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죄책이 가볍지 않고, 산재사망의 원인이 주식회사 동방이라는 것을 인정한 재판부가 피의자들에게 선고한 형량은 터무니없이 가벼웠다. 애초에 검찰의 구형이 깃털보다 가벼웠다면, 재판부는 딱 깃털의 무게만큼 선고한 것이다. 형량이라는 것은 죄의 값이다. 무려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잘못과 허물이다. 그러나 저지른 죄의 무게보다 턱없이 가벼운, 깃털만큼 가벼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죄의 값이 너무 가볍다.

왜 구조적 살인이 개인의 살인보다 죗값이 더 적을까? 그것은 우리 사회가 산재사망사고를 구조적 살인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각종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고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노동자를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다. 사고가 나면 노동자의 과실로 몰아가고, 몇몇 현장노동자의 실수로 꼬리 자르기 식으로 처벌해온 것이 지금까지의 우리 사회였다.

구조적 살인을 막기 위해서는 사용자에 대한 더 큰 처벌이 필요하다. 우리가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이유는 앞으로 산재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함이다. 앞으로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사실 주식회사 동방에게 내려진 벌금이 10억 원으로 가중된다고 해서, 주식회사 동방의 대표이사가 구속된다고 해서 이선호 씨가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2000만원의 벌금과 비교한다면 앞으로 주식회사 동방의 경각심과 다른 기업의 경각심은 다를 수밖에 없다. 벌금 10억 원을 내고, 사용자가 구속되는 것보다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울며 겨자 먹기 식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더 이득이지 않겠는가?

노동자를 존중하라고, 사람을 소중히 여기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 조치를 이행하는 것이 이득이니 이행하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참으로 부끄럽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이야기해야 알아듣는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벌써 대형로펌과 전담대응팀을 꾸리고 있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기업들의 수준이다. 왜 우리가 더 큰 처벌을 요구하는지, 제발 알아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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