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된 책들이
많은 어린이와 
시민의 가슴에서
힘차게 살아가길 바란다

 

▲ 박선아 위원
평택시도서관 시민도서선정단

올해는 14년을 이어온 ‘책 읽는 평택’이 50인의 시민도서선정단과 더불어 확장 운영되는 첫해이다. 평소 어린이책을 함께 읽고 나누는 일에 열의를 갖고 있던 교사, 어린이책문화운동가, 그림책연구자, 사서, 그리고 자녀에게 꾸준히 책을 읽어주는 부모 등이 어린이책선정단으로 참여했다. 

후보도서는 대체로 출간 후 1~2년 된 신간과 유명작가의 작품, 수상작품들이 많았다. 그림책의 수가 적지 않았고 어린이가 읽어도 무방하지만, 어른에게 적격인 그림책도 다수 보였다. 이는 그림책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독자층이 어른까지 확대되고 있는 최근의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도서선정단은 처음부터 동화나 그림책 어느 한 형태를 고집하지 않았으며, 어린이 도서로서 문학성과 예술성을 꼼꼼히 따지고 선정 기준을 살펴 어린이 부문 올해의 책으로 <검정 토끼>를, 함께 읽는 책으로 <섬섬은 고양이다>와  <바늘장군 김돌쇠>를 선정했다.

오세나 작가의 <검정토끼>는 토끼라는 상징을 통해 우리가 사는 공간의 생태 문제를 이야기한다. 독특한 외형과 색채, 화면 구성에 따른 시선의 이동, 대조 등의 방식으로 일상을 환기한다. 흔한 소재와 뻔한 주제라거나 그림의 해석이 다소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린이들이 이미지를 읽고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상상력과 생태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는 평이 우세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질문을 주고받으며 더 나은 미래를 얘기할 수 있고 특히 예술로서 그림책을 보는 심미안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대도시로 진입해 깨끗하고 푸른 ‘누구나 살고 싶은 친환경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평택에 부합되는 주제이기도 하며 다양한 활동으로 연계되기를 희망한다.

전미화 작가의 <섬섬은 고양이다>는 인간의 입장에서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고양이 섬섬이의 입장에서 자기다움이 무엇인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 생태 중심적 사고로 전환을 주문하기도 한다. 강렬한 색채, 힘 있는 선과 붓 터치가 생동감 넘치며 아름답고 관점에 따라 토론 거리가 풍부할 수 있음이 장점으로 제기됐다. 반려동물 주인공, 자기다움이나 타인과의 관계는 어린이책의 단골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초등 저학년 대상일 경우 깊은 철학적 반추가 요구되는 점이 한계로 인정됐다. 함께 읽는 책으로 선정해 독자에 따라 스미는 만큼 읽기를 권한다.

하신하 작가의 <바늘 장군 김돌쇠>은 임진왜란의 3대 육전陸戰 중 하나로 꼽히는 우리 평택의 ‘소사벌 전투’를 소재로 한 역사소설이다. 탄탄한 서사와 열한 살 주인공 돌쇠의 활약상은 선조들의 정신을 이해하고 평택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할 것이라는 청소년선정단의 강한 추천이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도전해볼 만하다.

자신이 추천한 한 권의 책이 친구와 이웃에게 닿고 의견을 나누고 겨루면서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경험은 독서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풍경이 될 것이다.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선정된 책들이 많은 어린이와 시민의 가슴에서 힘차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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