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변화를 기록하는 것은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이다

 

▲ 한정은 기록주무관
평택시 총무과

평택 아카이브展은 작가 네 명의 사진기록을 통해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각기 다른 공간과 사람들을 보여준다. 평택 아카이브展은 우리를 있게 한, 우리가 살았던 공간과 장소, 기억과 연계된 사진 기록을 통해 평택 현대사와 만나게 한다. 전시된 사진 대부분이 내 고장 거리와 건물, 지나다니며 자연스럽게 지나칠 수 있는 사람들, 듬성듬성한 옛 마을, 질척한 흙길, 개발로 변모한 도시 등의 모습을 편안하게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록은 마치 모국어와 같다. 아이가 가족, 또래집단과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말을 배워가듯이 지역의 사람·장소·일·문화 그리고 역사를 마을 기록물을 통해 보고 느낄 수 있다. 기록물의 종류는 문서, 카드, 도면, 시청각, 박물류, 전자문서 등이 있다.

이 중 시청각 기록인 사진기록은 다른 기록물에 비해 전달하는 효과가 큰 매체이다. 시청각은 사진, 필름, 동영상 등이 있다. 사진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매체로 순간포착에 담긴 사실성으로 인해 증거적, 역사적, 정보가치를 가지며 시대 모습을 설명하는데 중요한 수단이다.

‘공간의 역사를 기록하다’ 평택 아카이브展은 작가의 개인 소장 기록물을 통해 지역사를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 외에도 마을 아카이브 구축 필요성을 확산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적지 않다. 이수연 작가는 “아카이브를 생각한 것도 아니고 그냥 찍었다”고 했지만, 그 겸손한 수고스러움이 마을 아카이브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평택은 1980년대부터 빠르게 도시화, 산업화되었다. 그러나 기록물의 관리는 허술했다. 문서 중심의 행정업무 기록을 생산·관리하였고 기록 도구도 다양하지 못했다. 지역의 역사기록물로서의 가치 보다 업무의 증빙, 보상 등 민원을 위한 증거자료로써 기록과 보존을 강조하는 시대였다.

2000년 이후 평택은 타 도시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미군기지 이전과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캠퍼스의 건립 등으로 인구가 늘면서 지형, 지물도 바뀌고 삶의 터전을 옮기는 도시개발사업도 진행되었다. 이는 동시에 사라진 마을과 함께했던 이웃의 삶을 기록하고, 수집하고 보존하는 과제를 남겼다.

현재 평택시는 도시계획, 도시개발, 도시재생 사업에 아카이브 작업을 포함해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장과 공무원, 시민이 기록·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어 공공기관에서 기록화를 수행하기는 하지만, 전문 인력과 재원의 부족으로 특정기간, 특정장소, 단발성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

지역은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이 나날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이전 시대의 누군가가 다져놓은 역사 위에 우리가 발을 딛고 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록화 작업이 중요하다. 시공간을 함께한 사람들의 사회적 기억을 기록화 하여 지역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할 수 있다. 공간의 변화를 기록하는 것은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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