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를 노동자 개인의
안전 문제로만 치부한다면
우리는 산업재해 후진국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지난 5월 6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00일이 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반대하는 재계는 지속해서 ‘산업안전보건법’의 형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처벌을 강화한 것을 비판하면서 끊임없이 여론을 호도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법원의 처벌은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실제 실형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사망자 1명당 평균 벌금액은 43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서의 처벌이 기업의 최고 경영 책임자가 아니라, 말단 현장 노동자와 하급 관리자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다. 

위험을 비정규직에게 전가하는 잘못된 조직문화와 노동안전에 응당 세워야 할 예산은 불필요한 비용으로 생각하는 경영 등으로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는 경영 책임자와 법인을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마저 경영 책임자나 법인이 아니라 현장 노동자나 하급 관리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영국의 ‘기업살인법’과 비교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이 과도한 처벌과 제재를 가진 것인 양 여론을 호도한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배경이 된 영국의 ‘기업살인법’의 경우 기업에 대한 벌금형을 형사처벌의 기본으로 하면서 사망사고에 대해 수억 원의 벌금을 기업에 선고하는 방식이다. 더욱이 기업에 대한 벌금액을 50억 원 이하로 제한한 우리나라와 다르게 영국의 기업살인법은 벌금액에 상한이 없고 연매출액과 연동해 산정하기 때문에 처벌 수위가 우리나라에 비해 절대 낮지 않다.

매년 발표하는 산재사망사고의 특성은 거의 변함이 없다. 소규모 사업장, 불안정한 노동 형태, 고연령, 이주노동자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취약계층 노동자가 가장 많이 일터에서 사망했다. 특히, 산재사망사고의 81%를 차지하는 50명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이 2024년까지 유예돼 있다. 2024년까지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 타살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시급히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해야 할 이유이다. 또한 적용 제외된 5명 미만 사업장도 응당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G10으로 거론되지만, 산업안전은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중 꼴찌에 가까울 만큼 산업재해 사망자가 많다. 경영 책임자에 대한 실제 처벌을 강화해야 산업재해에 대한 구조적 원인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이 별도로 제정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건설 노동자 10만 명당 사고 사망자 수는 2017년 기준 OECD 평균 8.29명이지만, 우리나라는 세 배 이상인 25.45명으로 1위다. 이러한 현실을 노동자 개인의 안전 문제로만 치부한다면, 우리는 산업재해 후진국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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