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장미를 닮았든
장미가 사람을 닮았든 개의치 말고
순수한 표정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로에게 보이기를 희망한다

 

▲ 권혁찬 전 회장
평택문인협회

5월은 장미를 위해 존재하는 달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때이다. 정열적인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면 아무 곳이라도 좋으니 찬란하고 도도하게 피어도 좋다. 찡그려도 예쁜 표정을 애써 감추지 말고 형형색색 웃어 주길 바란다.

빨간 장미는 정열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어느 하나 정열적이지 않은 사랑이 있을까만은 유독 빨간 장미를 강렬하게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뜨거운 가슴을 돌고 있는 열정의 피를 연상해서일까, 작렬하는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생각해서일까, 여하튼 느슨하지 않은 정서의 색깔임엔 틀림없다.

마을 곳곳을 지나다 보면 집마다 장미 몇 송이씩은 꼭 보인다. 이는 모든 사람이 장미를 좋아한다는 객관적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담장 전체를 에워싼 장미 울타리도 보인다. 유난히 빠알간 장미가 보이는가 하면 적당히 붉은 것과 분홍이 짙은 것 흰색에 가까운 연분홍색이거나 새하얀 장미도 눈에 뜨인다. 검은 장미의 소속도 분명 장미과인 것이 틀림없다.

그러고 보면 열정의 꽃인 것만도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온유하거나 은은하거나 순수하거나 사랑스럽거나 정열적이거나 온순하거나 아니면 검은 장미처럼 폐쇄적이기도 한 여러 얼굴을 지니고 있는 꽃이 장미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마치 우리 사람들의 감정을 모두 지니고 있는 꽃이 장미가 아닌가 싶어진다. 희. 노. 애. 락. 애. 오. 욕. 칠정을 모두 지닌 생각하는 꽃이란 생각이 불현듯 든다. 다시 말하면 감정을 지닌 꽃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나 아름다움 뒤에 감춰진 예리한 가시를 생각하면 더욱더 그러하다는 느낌이 완연해진다.

결국 장미의 본색은 우리의 마음이요, 감정이었다는 유기적 결론이 성립된다. 이쯤에서 우리 집 담장에 핀 빨간 장미 한 송이를 연상한다. 정확히 말하면 진분홍색을 띠고 있다. 그리고 붉은 계열의 여러 종류 꽃들이 테라스 난간에 도열해 있지만, 같은 붉은 색인데도 장미에게 만은 다른 시각의 색감을 의미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의아해진다. 아마도 감춰진 가시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여러 색조의 얼굴 뒤에 감춰진 가시의 예리함도 모두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부터 기인된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생각과 말들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각자 서로 다른 색감과 표정을 지니고 서로의 말들이 가장 옳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마치 장미를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니 어쩌면 장미가 우리 사람들의 습성을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있다. 보이지 않는 말속에 감춰진 나만의 가시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순수함 뒤에 비장된 예리함이 주는 상징적 이미지가 마치 장미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는 지론이다.

장미의 계절이 절정에 달았다. 사람이 장미를 닮았든, 장미가 사람을 닮았든 개의치 말고 순수한 표정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로에게 보이기를 희망한다. 장미가 있어 아름다운 5월! 장미처럼 화려한 표정이 있어 오늘이 행복하다. 그리고 장미빛 내일이 항상 그리운 오늘이 되었으면 하는 흐뭇한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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