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웰다잉은
영원히 후회하지 않을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

 

   
▲ 박종승 대표
평택호스피스

호스피스는 의학적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말기 암 환우를 돌보는 것이다. 생을 마감하는 환우들을 병상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나는 과연 삶을 잘살고 있는가?”를 스스로 묻곤 한다. “과연 아름다운 죽음은 있을까? 잘 생을 마감할 수 있을까?”라고.

소설가 김연수는 죽음에 대해 이런 글을 남겼다. “겨울에 내가 죽는 사실을 안다면, 이번 여름의 세계를 대하는 나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때 비로소 나는 제대로 살 수 있다는 역설, 이 역설을 너무 늦게 죽기 직전에야 알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요즘 사람들이 조금씩 죽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우리는 결코 죽음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죽음은 나와 상관없는 게 아니고, 엄연히 내 인생의 연장이다. 따라서 죽음에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것은 지혜로운 삶의 자세가 아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사냥꾼이 꿩을 잡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사냥꾼이 엽총을 들고 따라가면 꿩이 혼비백산해 도망간다. 그러다 수풀이 나타나면 얼굴을 처박고 숨는다. 그런데 엉덩이는 밖으로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얼굴만 가리면 되는 줄 알고. 이와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죽음에 대해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가리면 다 되는 줄로 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죽음을 무시하고, 피하고, 외면해도 죽음은 뚜벅뚜벅 내게로 걸어오고 있다. 그러므로 죽음을 직시하며, 어떻게 극복하고, 복된 죽음을 생각하는 게 지혜이다.

복된 죽음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항상 준비해야 한다. 오늘 당장 준비해 놓아야 한다. 이것을 준비해 두지 않으면 세상에서 아무리 출세하고 인생을 잘 살았어도 헛것이 된다. 마치 이런 것과 같다.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의 1등 칸에 탔다고 폼을 잡으며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과 매한가지이다. 톨스토이는 이런 말을 했다.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를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

진정한 품위 있는 죽음을 제시하고 싶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는 것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향서를 쓰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다. 죽음이 다가왔을 때 인공호흡,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등 무의미한 연명의료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자기 의사를 표현한 문서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다는 것 자체가 죽음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한 번쯤 조망하는 기회도 된다.

죽음준비학교를 개설해서 어린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받아야 할 평생교육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삶에 대한 사랑과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도록 해 급증하는 청소년 자살과 비행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 평택에 웰다잉 문화의 교육, 계몽을 이제는 폭넓게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 복된 죽음을 생각하면서 ‘바로 지금 여기서’ 시행해야 한다. 웰다잉은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다른 삶의 시작이다. 진정한 웰다잉은 영원히 후회하지 않을,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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