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경지를 한층 더 높인
문화적 쾌거를 온 국민이 즐기고
행복해하면 좋겠다

 

 

   
▲ 정재우 대표
가족행복학교

나는 1번에서 서사시 대단원의 서막이 열림을 느꼈다. 2번에서 폐부 깊은 곳에서 울리는 속삭임을 들었다. 3번에서는 격랑 소리와 때로는 일정한 리듬을 타는 편안함과 쾅 하고 내리치는 급류를 만나 미친 듯 내달리는 물살을 맞았다.

4번은 먼 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별 하나가 급하게 흐르며 부딪히고 깨어지며 소멸하다가 장엄하게 부활하는 숨소리를 들었다. 5번은 쓰나미가 몰려오듯 느린 행보로 다가와 서서히 소용돌이로 변모해 격정을 맛보게 한다.

말을 걸어오는 대화의 표정으로 뜨거워진 가슴은 거대한 파도와 울림, 때론 일렁거림에 넋을 놓고 만다. 다시 소리의 반란으로 거대한 하늘의 별들이 한꺼번에 떨어진다. 영혼이 소생하고 멜로디가 말을 걸어온다. 급하게 대자연의 결말을 맞이한다.

이 감상평은 최근 주목을 받는 프란츠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피아노 1번에서 12번 전곡을 들으며 느낌을 메모한 것이다. 리스트는 우크라이나의 전설적 영웅 마제파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피아노곡에 담았다고 한다. 일생을 마치 사계로 나누어 표현한 대서사시라 할 수 있다. 초절기교 연습곡이란 ‘초월적이고 어려움을 넘는 어려운 테크닉을 갖기 위해 훈련하는 곡’을 뜻한다.

지난 6월 24일 반 클레이번 콩쿠르에서 우리나라의 임윤찬 군이 우승을 차지했다. 결선에 올라 연주한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었다. 그러나 준결승전에서 그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연주해 심사위원을 놀라게 했다. 임윤찬은 평소 기량을 잘 닦아 이 곡을 선곡했고 준결선을 무난히 통과해 결선에 올랐다. 결선에서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지휘자는 연주가 끝나자 감동의 눈시울을 적셨다. 자기 생애 최고의 연주자와 협연했다고 평가했다.

임윤찬의 쾌거에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반응이 뜨겁다. 평소 클래식에 무관심하던 국민들의 반응도 대단하다. 아마 60회 역대 대회 중 최연소 수상자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임윤찬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기에 반응이 이렇게 뜨거운가? 그는 천재성과 음악성을 가진 자로 평가받았다. 그의 기교와 곡에 대한 해석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연습했으며 작곡자의 의도를 심도 있게 연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이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그것은 음악에 대한 순수성이다. 음악을 기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자신을 일체화하는 것이다. 음악 속으로 들어간다는 말이다. 그런 경지에 다다를 때 음악가로서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인터뷰에서 임윤찬은 심란하다고 했다. 그건 유명인이 된 후에 달라질 환경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는 지금 산속으로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싶단다. 얼마나 순수한가.

소망하기는 앞으로 임윤찬이 지금과 같이 순수한 음악의 경지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그래서 오래도록 예술이 우리 삶의 힘이 되길 바란다. 예술의 경지를 한층 더 높인 문화적 쾌거를 온 국민이 즐기고 행복해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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