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상공간으로
자신을 이주시킬 수 있는
다른 적응력을 준비해야 한다

 

▲ 김희수 소장
비전진로교육연구소

‘진로교육’의 첫발은 가정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부모가 울타리가 되어 ‘기회의 문’을 주어도 자신의 내력이 필요하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는 ‘선악’ 사이에서 성장통을 겪는다. 헤세가 떠난 지 60년이 지난 지금도 성장통은 여전하다. 한 아이가 바로 성장하는 에너지 바로 ‘자기 주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보다 좀 더 잘 해낼 수 있다는 ‘자기 유능감’이 에너지의 뿌리이다. 누군가 발견해주고 지지해줘야 튼튼해진다.

김민찬 군은 아빠를 따라 무선 조종 헬기를 3살 때부터 어깨너머로 배웠다. 13세였던 2017년 우연히 드론 조종에 관심을 두고 연습 삼아 국내대회에 나갔다. 그 결과 전문가들을 뒤로 세우고 80명 중 1등을 했다. 여세를 몰아 세계 드론 프리스타일 레이싱 대회에 참가해 당당히 1등을 한 바 있다. 지금은 당당히 육군 홍보대사 역할과 ‘민찬 TV’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무엇보다 스스로 의욕을 일으키는 일이 중요하다. 교육학 용어로 ‘동기유발’이라 한다. 학교에서 한 시간 분량의 수업을 위해 행하는 첫 10분 안쪽이 자던 학생을 깨울 수 있고, 계속 자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인생 시계로 볼 때는 평균적으로 유치원 시기부터 초등 시기까지, 좀 늦되는 학생은 중학교까지라 보면 된다. 그 시기 동안 가정과 학교는 많은 기회를 통해 ‘의미’와 ‘상상력’을 주어야 한다.

한 사람의 뭔가 하고자 하는 ‘동기同氣’는 자아自我의 내부와 외부에서 함께 온다. 앞서 김민찬 군의 예처럼 아빠의 무선 헬기 조종을 보는 ‘외부 자극’과 나도 한번 해보고 싶은 ‘내부 자극’을 말한다. 더불어 외부 자극의 ‘조장助長과 무관심’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하이터치가 한 사람의 운명을 돌려세운다. 요즘 회자가 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좋은 사례이다. 훌륭한 지도자와 연주에 대한 애정이 그를 이루었다.

어느 날 미용실에 갔을 때의 일이다. 헤어숍 디자이너가 딸을 혼내고 있었다. “너 미용실 나오지 말고 공부하라고 했지. 미용은 아무나 하는 줄 알아? 정신 차리고 공부해!” 그는 생활 속에서 자녀에게 건넨 외부 자극을 스스로 부인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자녀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차라리 본인보다 멋진 숍의 디자이너를 보여주면 어떠했을까.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교사의 자녀들이 잘 성장하는 사례와 일탈하는 사례도 다르지 않다. 즉, 부모가 내·외적 삶이 일관되지 못할 때 일탈한다. 자기 일에 대한 자존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 곁에서 그들의 유능감을 지지해주고 새로운 기회를 주는 일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황폐했던 마음이 조금씩 회복이 되니 다행이다. 고작 1㎝도 안 되는 바이러스가 전 인류를 강타할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나. 코로나19의 자극으로 새로운 환경은 더 빠르게 디지털 세계로 나가게 한다. 아니 현실을 초월하는 세계로 이어지게 한다. 메타버스로의 진화는 한 사람의 ‘진로’를 새롭게 설계하도록 유인한다. 이제 새로운 가상공간으로 자신을 이주시킬 수 있는 다른 ‘적응력’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준비하는 사람이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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