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안에서 피해 당사자의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재 지원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 김태정 활동가
두레방

두레방 쉼터에서 활동할 당시 여러 피해 당사자와 다양한 사례를 접했는데 쉼터 입소자 대부분은 법률 진행을 하고 있었고 법률 사례는 필자도 어려워 공부하면서 진행한 경험이 있다. 법률 사례뿐 아니라 의료지원, 치료회복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체계도 동반하고 있었는데 특히 치료회복 프로그램은 내담자의 상황과 성향, 문화 그리고 그룹에 맞춰 계획하며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개발했다. 치료회복 프로그램은 피해자들의 심리적, 정서적 회복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지원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두레방 쉼터 내담자들은 이주민으로, 체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치료회복 프로그램에 충분히 참여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쉼터에 이중언어 활동가는 사증면제로 한국에 유입되어 피해 받는 사람들이 우리 페이스북을 볼 수 있도록 노력했는데 매일 우리의 활동을 적기도 하고 한국 문화와 정보 등을 안내하는 글도 게재했다. 처음 몇 달은 연락이 오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담을 요청하는 건수가 늘었고 처음으로 긴급구조 요청이 들어왔다. 여성가족부 인권보호점검팀과 함께 긴급 구조에 나섰고 두 명의 여성이 마사지업소에 나올 수 있었다. 새벽까지 진행된 경찰 조사에 지칠 만도 한데 여성들은 성실히 답했다. 법률 과정이 진행하는 동안 여성들은 쉼터에 머물면서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심리적, 정서적 그리고 경제적 치료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러다 그중 한 여성은 귀국하게 되었고 남아 있던 여성은 성실하게 자활지원센터와 치료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4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여성은 쉼터에 머물면서 너무나 많은 도움을 주었다. 새로운 여성이 쉼터에 입소할 때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는 역할을 했고 긴급구조 시에는 동행해 그 안에 있는 여성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옆에서 지지해 주는 역할을 했다. 또한 쉼터에 필요한 사안이나 보완해야 하는 부분들을 입소자 대표로 나서서 제안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필자는 폭력 피해를 회복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여성의 사례를 보고 더욱 느끼게 됐다. 여성이 처음 쉼터에 왔을 때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여성은 우리가 기대하지 않았던 활동들을 쉼터에서 했다. 이는 4년 동안 쉼터에서 치료회복 프로그램 통해 배우고 익히고 자신을 찾는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오로지 경제적인 것을 인생의 목표였던 여성은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고 본인 정말로 무엇을 원하고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성이 법률 진행을 하지 않았다면 3개월 머물고 쉼터에서 퇴소했을 것이고 과연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을까?

어떤 폭력 피해든 씻을 수 없는 상처가 트라우마가 되어 계속 피해자를 따라다닌다. 더욱이 성 착취 폭력에 노출된 사례는 심각한 우울증을 동반된 트라우마가 있지만 여전히 성 착취 피해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이 피해자를 더욱 고립시킨다. 언급한 사례처럼 피해자가 심리적,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고 밖으로 나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시스템 안에서 피해 당사자의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재 지원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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