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목숨을 짓밟는 기업에 대해
눈감아 주는 것이 공정과 상식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

7월 들어 노동자 사망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전년 대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1건의 사망사고가 증가했고, 나아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전년 대비 15건이나 증가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7월에 발생한 50인 이상 사업장 및 50억 이상 규모의 건설 공사에서 사망한 사고 23건 중 13건이 지난 5년간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기업에서 반복되었고, 그중 8건은 올해 상반기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기업에서 또다시 발생했다는 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시행되었지만, 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산업안전보건 감독 결과에서도 드러나듯 사고 예방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고, 의무 이행 사항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조차 기업들이 준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유해위험 작업 시 작업계획서 작성, 안전보건관리자 지정, 안전교육 실시, 개인 보호구 지급 등 가장 기본적인 법도 위반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며 여론을 호도하며, 이에 대한 개정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보수 매체와 경제지 등의 모습은 혹세무민惑世誣民과 결코 다른 것이 아니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산재예방 효과가 미미하고, 자체 조사 결과 기업 피해액이 2200억에 달한다며 법에 명시된 작업중지권까지 무력화시켜달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총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해당 공정뿐만 아니라 이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공정에 대해 근로감독관이 작업을 중단하는 것과, 작업재개를 위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사고 위험을 감내하고 일해야 하는 노동자 의견을 들어 제대로 대책을 마련했는지 심의하는 절차를 폐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산출 근거도 없는 기업 피해액은 말할 것도 없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심의 절차를, 한국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산재사망 사고가 적은 해외의 다른 국가에서 시행 중인 작업중지권 조항을 비교하면서 제도 개악을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줄곧 법 무력화 의지를 피력해왔다. 노동부는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수사를 운운하면서 사고 직후 진행되어야 할 사업장 감독을 차일피일 미뤘고 그 결과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서 또다시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반복되었다. 범죄자를 기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검찰은 노동부가 법 위반에 따른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14건에 대해 집단 간독성 직업병 노동자가 발생한 S사에 대해서만 기소했을 뿐이다. 심지어 유일하게 기소된 사건과 동일한 직업병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D사 최고책임자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대형 로펌을 통해 형식적으로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갖춘 것을 경영 책임자의 의무를 다했다고 해석하고 면죄부를 준 것이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에 대해 불법을 운운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권력 행사도 불사하겠다며 엄포를 놓던 정부가, 기본적인 현장 안전 수칙과 법도 지키지 않고 노동자 목숨을 짓밟는 기업에 대해서는 눈감아 주는 것이 공정과 상식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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