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보름달처럼
넉넉하고 풍요로운 마음이
평택을 행복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

 

▲ 황성식 본부장
평택행복나눔본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면서 늘 가슴속에 남아있던 숙제가 있었다. “우리사회에서 사회복지라는 이름으로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회복시키고 도울 수 있을까?”, “어떻게 도움을 드리는 것이 정말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들을 늘 품고 살았다.

평택행복나눔본부로 출근하는 첫날 가슴에 품었던 많은 생각과 계획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알게 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2월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평택시어린이집연합회와 함께 저금통사업을 진행하면서 추운 날씨에 하루에도 다섯 곳 이상의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저금통을 수거하고 동전을 바꾸는 일들이 쉽지는 않았다.

하루는 90세가 넘은 어르신이 본부로 전화를 걸어왔다. 잠깐 만나 달라는 전화였다. 전화를 끊고 만나러 나간 자리에는 남루한 차림의 노인이 서 계셨다. 떨리는 목소리로 부끄럽지만, 기부를 조금 하고 싶다고 말씀하시고는 얼굴을 푹 숙이고 계셨다. 겸손하고 예의를 갖춘 어르신의 모습을 보며 기부금액이 너무 적어 그러시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기탁서를 받았을 때 깜짝 놀랐다. 기탁서에 큰 금액이 적혀 있었다. 그 금액이 맞는지 재차 여쭈었다. “맞아”하면서 부끄럽다고 고개를 푹 숙이며 말씀하셨다. 농사를 지으며 고생했을 어르신을 뵈니, 숙연해졌다. 열심히 살아온 과거의 진솔한 이야기들과 가족에 대한 가슴 아픈 사연을 들려주셨다. 그리고 기부를 결심하게 된 동기에 대해 말씀하셨다. 매년 기부하고 싶다는 약속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셨다. 멀어져가는 어르신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슴속에 간직해온 하나의 숙제를 해결한 것 같았다. 평택지역에 가슴이 따뜻한 이웃들이 살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과 감사한 마음이 전해져 왔다.

후원받고 나누고 하는 일들이 힘들었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저금통을 전달하던 아이와 손이 부끄럽다며 고개를 푹 숙이면서 말씀한 어르신, 본인도 힘들지만, 더 어려운 이웃에게 사용해 달라고 기부한 분, 어린 자녀들에게 나눔의 가치를 가르치고 싶다며 자녀와 함께 찾아온 분, 본인은 몸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며 찾아온 분, 이 모든 분은 우리 평택지역의 이웃들이었다. 우리의 지역사회공동체는 나눔과 함께하는 이웃들의 힘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한다.

명절을 앞두고 있을 때면 평택행복나눔본부는 더 바빠진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고 기부하는 분들과, 이웃과 나누겠다며 여러 가지 물품을 가지고 오는 분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독거어르신들, 생계를 걱정하며 소외된 이웃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 사랑을 전하고, 섬김과 나눔을 하는 귀한 분들은 아주 부유하거나 넉넉하다기보다는 나눔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고 행복한 삶을 꿈꾸는 우리의 이웃들이었다. 한가위 보름달처럼 넉넉하고 풍요로운 마음이 평택지역을 행복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