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영역까지 확산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위해서라도
평택시 생활임금이
투명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지난 9월 16일 2023년 평택시 생활임금이 1만 670원으로 확정 고시되었다. 지난 8월 소비자 물가 지수가 전년 대비 5.7% 폭등했다. 계란 한 판이 7000원을 넘기고 라면 가격조차도 10% 넘게 올라버린 유례없는 고물가로 저임금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그런데, 겨우 2.62% 인상한 평택시 생활임금은 생활임금 제정 취지에 과연 부합하는지 의문이 든다. 물가상승률조차도 따라가지 못하는 임금 인상률은 삭감과 같다.

‘평택시 생활임금 조례’에서는 생활임금을 ‘교육·문화 등 각 분야에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며 실질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 임금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웃 안성시는 내년도 생활임금을 시급 1만 860원으로 전년 대비 4.9% 인상했다. 평택시 생활임금 시급 1만 670원보다 190원 많다. 작년까지만 해도 평택시가 안성시에 비해 생활임금 시급이 50원 더 높았는데 이마저도 낮은 상승률로 인해 역전된 것이다. 

인근 화성시도 생활임금을 4.6% 인상해 시급이 1만 1090원이다. 용인시도 3.4%가 인상된 시급 1만 1190원이다. 경기도 지자체인 부천시, 과천시, 안양시, 김포시, 파주시, 안산시, 시흥시, 광명시, 의왕시, 양주시, 남양주시, 구리시, 하남시, 연천군, 양평군, 광주시, 의정부시, 여주시, 포천시, 가평군 등이 모두 우리 평택시보다 높은 수준의 인상률을 보였다. 생활임금이 고시된 경기도 지자체 중에서 평택시보다 인상률이 낮은 지자체는 군포시와 동두천시, 수원시밖에 없다.

평택의 인구와 예산 규모가 경기도 31개 시·군 중 중상위권 안에는 당연히 들 터인데 생활임금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낮은 이유를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평택시 생활임금 조례’ 제4조에는 생활임금의 산정기준을 적시하고 1항에서 ‘생활임금은 최저임금, 물가수준, 노동자의 생계비, 유사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의 정도, 경기도 생활임금, 시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여 정한다’고 되어 있다. 같은 조례 제5조에서는 ‘생활임금의 결정’은 ‘평택시 노사민정협의회(이하“협의회”라 한다)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과연 평택시 생활임금을 결정하기 위해 몇 차례 회의를 진행했는지 의문이다. 또한, 노사민정협의회에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평택시 생활임금 조례 제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평택시 노사민정협의회가 아니라 평택시 생활임금심의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위원 명단과 회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평택시 생활임금은 평택시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뿐만 아니라 평택시 출자·출연한 기관 소속 노동자와 평택시 사무를 위탁받거나 시에 공사·용역 등을 제공하는 기관 소속 노동자 가운데 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 등 2000여 명에게 적용된다. 우리 ‘평택시 생활임금 조례’는 ‘시장은 생활임금 제도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영역까지 확산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평택시 생활임금이 불투명하게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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