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범죄·피해상담센터가
더 많은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

 

   
▲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이른 아침 A 모 씨의 전화를 받았다. A 씨 아버지는 일방적인 미군의 폭행으로 이가 부러지고 얼굴에 큰 상처가 났다. 무려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A 씨 아버지는 미군기지에서 택시를 운행한다. 폭행은 미군기지에서 일어났다. A 씨 아버지는 지금 하는 일이 수입도 괜찮고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번 일로 문제가 돼서 택시 일을 못 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운 마음에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고 했다. 하지만 A 씨는 아무 잘못 없는 아버지가 폭행당했고 70대의 몸으로 치료를 받는다 해도 몸이 성하지 않을 것이며, 폭행해놓고 사라져버린 미군에 너무도 화가 나서 이 일을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B 모 씨는 미군기지 앞에서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인사를 마친 B 씨는 건널목을 건너다 하얀색 밴에 치였다. 차주는 미군 가족. 다행히 주변에 경찰이 있어 간단한 조서를 쓰고 차주는 기지로, B 씨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병원에 도착하니 가해차량의 보험 가입 여부를 물었다. 사고 당일은 금요일 오후라 미국 보험회사의 보험 가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월요일에야 확인된다고 하니 난감했다. 차주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B 씨는 침대에 누워 간단한 지혈만 받은 상태. 모두가 망연자실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며 무력감에 빠졌다.

C 모 씨 가족은 주말이라 마트에 나왔다. 집으로 가려고 시동을 켤 때였다. 옆 차가 문을 열면서 C 씨 차를 세게 치고 아는지 모르는지 급히 출발했다. 사과라도 받고 싶었던 C 씨 아버지는 허둥지둥 차를 세웠다. 도리어 큰소리를 치고 화를 내며 내리는 차주. 미군 가족이었다. C 씨는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경찰이 왔다. 미군 가족은 계속 화를 내고 소리 질렀다. 경미한 사고였지만, 가해 차주의 막무가내 행동으로 간단한 조서조차 쓰기 어려웠다. C 씨 가족은 한참 동안 가해 차주가 쏟아내는 분노를 받으며 치욕을 견뎌야 했다.

평택평화센터는 2018년 10월 미군범죄·피해상담센터를 개소, 운영하고 있다. 연평균 20여 명이 상담센터에 사건·사고를 신고·제보하고 도움을 받고 있다. 위 사례들은 4년 동안 상담센터로 접수된 사건·사고 중 일부다. 경미한 사고일수록 정부 지원이 미치지 않는 데다 또 다른 문제로 피해가 더 커질까 두려워 피해당사자는 그 사실을 숨기거나 드러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범죄·피해상담센터는 정부의 지원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그 공백을 메우고 피해자에게 법적 자문을 구할 수 있는 통로를 안내한다. 또한 미군범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외친다. 공론화를 통해 많은 사람과 함께 해결 방안을 찾으려 한다.

아무리 제도를 촘촘히 만들어놓는다 해도 틈은 있기 마련이다. 줄기차게 피해자들을 들여다보고 사회안전망의 틈을 메우는 역할을 미군범죄·피해상담센터가 하고 있다. 때때로 정부와 지자체가 해내지 못하는 일을 상담센터 활동가들이 해내기도 한다. 여전히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군범죄·피해상담센터에 많은 이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많은 이의 관심으로 미군범죄·피해상담센터가 더 많은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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