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박물관이
‘기억’을 품은
문화 공간이 되길

 

▲ 이종민 주무관
평택시 문화예술과

2022년 10월 28일 평택문화원 대동관에서 ‘강당산 CPX훈련장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활용방안’을 주제로 한 ‘제2차 평택박물관포럼’이 진행됐다. 군사작전 연습장소를 뜻하는 팽성 CPX 훈련장은 강점기 일본 해군 항공기지 건설을 시작으로, 해방 후에는 미군이 일본군의 벙커를 증·개축해 사용했던 곳이다. 이 훈련장은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동안의 군사시설과 주변의 변화상을 함께 담고 있어 그 역사적 중요성이 크다. 그야말로 근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역사적 보고인 것이다.

포럼 강연자인 안창모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제국주의와 냉전을 지나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이 군사 유적의 역사적 가치와 보존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더불어, 그는 강연 내내 사전적 의미의 ‘유산’에 대해 강조했는데 시종 차분한 논조로 이어진 그의 발언 중 뇌리에 박힌 부분이 있다.

“문화유산이라 하면 늘 따라오는 수식어가 있다. ‘찬란한’ 그리고 ‘반만년 역사’가 대표적인데, 유산의 가치는 예쁘고 근사한 것이 아닌 그 교훈에 있다”

그렇다. 유산이 주는 느낌은 보통은 긍정적이다. 허나, 유산의 정의는 앞 세대로부터 내려온 사물 또는 문화를 뜻하며, 긍정과 부정을 모두 담고 있다. 고로, 유산의 가치는 긍정으로만 논할 것이 아니며, 교훈의 의미를 더한다면 군사유적도 유산에 부합한다.

강당산 CPX훈련장의 역사적 중요성도 이와 같다. 전쟁은 긍정과 부정, 그리고 겉모습을 떠나 언제나 우리네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쳐왔기에, 해방 전후의 기억을 품고 있는 이 시설의 가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우리에게 유산이 귀하게 다가오는 것은 외관이 아닌 그 자리에서 품고 있는 기억 때문이다. 그렇기에 때로는 하잘것없어 보이는 건축물도 유산으로서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이에 평택은 곧 우리 품으로 돌아올 훈련장에 대해 역사·문화시설로의 활용방안과 더불어, 그것이 주는 기억을 통해 과거에서 미래를 잇는 가르침을 도출할 방법 또한 고민해야 한다.

늘 위태롭긴 하나, 전 세계적 기조는 항상 평화로 수렴한다고 본다. 현 세계정세 속에 일제강점기와 냉전을 관통하는 CPX의 능동적 활용은 그 자체로 더욱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혹자는 군사 유적을 역사·문화적 자원으로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에 달가워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허나, 역사는 그저 흘러가는 시간의 연속이기에 그것이 바람직한가, 그렇지 않은가로 가늠되지 않는다. 유산의 가치 또한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2026년 개관 예정인 평택박물관도 이에 발맞췄으면 하는 생각이다. 단순히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토막을 전시하고 기념하는 게 아닌, 그와 더불어 역사적 기억 자체를 공유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시간이 지난 뒤 친구들에게 “평택 하면 떠오른 건 뭐냐”는 질문을 다시 던졌을 때, 돌아오는 대답이 ‘미군기지’에 그치지 않고, ‘근현대를 기억하고 아우르는 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택박물관이 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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