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법무부는
하루빨리 소를 취하하고
쌍용차 피해 노동자들 앞에
깨끗하게 사과해야 한다

 

▲ 이창근 사무국장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11월 30일 쌍용자동차 노동자에게 청구되었던 국가손배 30억 사건이 대법원에 의해 깨졌다. 재판부는 주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원심판결 중 피고들의 헬기 및 기중기 손상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아득한 느낌이라고 할까. 지난 13년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고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서둘러 대법원 밖 노상에서 간단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지긋지긋한 30억짜리 손해배상액이 적힌 하얀 종이를 꽃가루를 만들어 하늘로 날려 보냈다. 완전한 종결의 의미는 아니지만, 손배액 가운데 가장 컸던 헬기·기중기 파손 부분 대부분이 파기 환송되었기에 이후 재판이 열리더라도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게 되었다.

대법원은 어떤 이유에서 헬기 손상과 기중기 파손에 대해 노동자들의 정당방위를 인정한 것일까.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들의 모든 행위를 면책하지는 않았다. 일부 조합원들은 이번 판결로 적게는 3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정도의 손해배상액을 물어야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파기 환송한 이유는 판결문을 기초해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대법원은 하급심과 다르게 사실 관계를 다투는 사실심이 아니다. 법률 적용의 적법성이나 적확성, 규정과 규칙 등에 대한 해석의 정당성을 다투는 곳이다. 따라서 이 기준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이 불법성이 있다 하더라도 헬기 파손이 어떤 과정에서 비롯되었는가를 봤던 것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에 위배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시위대 머리 30미터까지 근접해 하강풍을 이용한 진압은 ‘경찰항공 운영규칙’ 위반이란 사실이다. 또한 ‘경찰항공 운영규칙’에 따르면 시위대로부터 300미터 이상 떨어져 운행되어야 하나 그러지 않았고, 최루액 투하, 시위대 몰이 등 경찰 헬기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난 채, 운행되어 파손의 빌미를 제공하고 경찰로서는 충분히 피해를 예상했다는 점 또한 명확히 했다. 이런 이유로 헬기 파손에 대한 책임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기중기 파손 문제 또한 같은 맥락이다. 경찰은 기중기를 업체로부터 대여 받아 진압 작전에 투입하고 손상 금액과 기중기 수리 기간 영업 손해에 대해서도 청구했다. 재판부는 휴업손해 부분 2억 3000만 원은 통상손해로 볼 수 없으므로 제외하고, 나머지 수리비 또한 피고들의 책임을 80%나 인정한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국가가 고가 장비인 기중기를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하고 기중기에 대한 공격을 적극적으로 유도했으므로 스스로 감수한 위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위대는 기중기가 업체로부터 대여한 장비인지 알지 못했고 알 수 있는 어떤 표식도 없었다. 이 사정이 고려되었기에 휴업손해까지 청구한 것은 민사상 통상손해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 대법원 국가손해배상 판결은 노사 문제에 제한 없이 난입하고 불법적으로 경찰권까지 남용한 지난 시기 국가폭력에 경종을 울렸다. 경찰과 법무부는 재심으로 다투기 전에 하루빨리 소를 취하하고 폭력 행위 일체에 대한 사과는 물론, 지난 시간 폭도로 폄훼 당했던 쌍용차 피해 노동자들 앞에 깨끗하게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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