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과의 화합과 친선은
이주민의 아픔을 기억하고
공감할 때 가능하지 않을까

 

▲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얼마 전, 양자물리학자 데이비드 봄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양자물리학이 찾아 헤맨 건 물질의 최소 단위, 어떤 조건에도 홀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하는 실체다. 하지만 실험을 통해 알게 된 건 ‘실체’는 없다는 것. 오직 ‘입자와 파동’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큐는 우주의 법칙을 일깨운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있다’ 이것이 양자물리학이 현재까지 연구하고 실험한 결론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별을 흔들지 않고서는 꽃을 꺾을 수 없다”는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격언과 같다. 꽃 한 송이는 저 먼 별까지도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양자물리학이 무언지도 모르는 시절에도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으며 나라는 존재 자체가 무수한 세계와 만물의 상호 연결 속에서 ‘나’가 존재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얘기는 주로 영적 멘토들이 하는 얘기였는데 이제 양자물리학이 이를 증명하고 수학적으로 풀기까지 했다고 하니 굉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당신들과 나도 연결돼 있다. 우리는 모두 이 조그마한 공간, 평택이란 곳에 기대어 산다. 과거에는 여성과 어린이와 이주민과 가난한 자, 약자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국가가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이들의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 국가는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사람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 많은 옥답이 수용되고 마을 주민들이 실향민이 되고 실업자가 되어도 국책사업은 척척 진행되었다. ‘여명의 황새울 작전’이란 이름으로 행정대집행이 이루어졌고 대추초등학교에선 하루 종일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 불과 15년 전 일이다.

미군기지 이전사업이 완료되었다. 평택에는 100년 가는 미군기지가 들어섰다. ‘주한미군 평택시대’로 불리며 미군과의 화합, 친선, 교류사업도 한창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게 있다.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는 것. 그렇기에 나는 대추리 논밭이고, 나는 도두리 드넓은 땅이며, 나는 부서진 대추초등학교라는 것. 나는 미군기지로 실향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이주민이고, 나는 피투성이로 체포되었던 524명이며 그리고 나는 당신이고 우리들이라는 것. 우리는 연결돼 있고 하나이기 때문에 미군기지 확장으로 실향을 겪어야 했던 이주민들의 아픔은, 그들의 아픔이 아닌 우리의, 공동체 전체의 아픔이라는 것.

양자물리학자 데이비드 봄은 말한다. 밤하늘의 별을 볼 때, 별과 별 사이를 보라고. 그 사이는 까맣게 비어있는 무한한 허공이 모든 별을 연결해주고 별들을 지탱해주는 토대라고. 우리의 생명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 또한 이 허공이 있어서 가능하다고. 이 비어있음.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인식하는 것. 지금 우리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평택이란 이 조그마한 공간에 기대어 사는 우리를 연결해주고 지탱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보이지 않지만 비어있는 공간, 미군기지 확장으로 우리가 겪었던 아픔의 기억들도 그 하나가 아닐까. 미군과의 화합과 친선을 원하는가. 그 연결고리는 이주민의 아픔을 기억하고 공감할 때 가능하지 않을까. 이제는 그들의 아픈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여전히 아픈 가슴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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