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거버넌스 체계를
교육청과 지자체, 지역사회
학교를 아우르는 협력적 관계로
성장시켜야 한다

 

▲ 박명진 대표
북적북적 통미마을

‘통미’는 평택시 합정동의 자연마을이다. 지난 2020년 경기도마을지원센터가 지원하는 마을종합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올해까지 3년간 여러 기관·단체와 협력해 ‘북적북적 통미마을’ 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자료와 콘텐츠가 생겨났고, 인적 관계망은 마을사업 진행 이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확장되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연결됐다.

필자는 활동가로서 직접 진행한 사업을 통해 어떻게 지역자원과 학교가 만날 수 있었는지 알리고, 또 이를 통해 넘나드는 교육의 장에 대한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업 초반 계획서를 작성할 때부터 마을교육자원을 고려해 기획한 ‘마을 기억과 기록’은 마을에서 지역 어른들에게 보고 자라고, 배움이 일어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진행했다. 마을공동체가 함께 나눌 수 있고, 줄 수 있는 것들을 잘 엮어서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3년간 차곡차곡 마을자료를 쌓았다. 이렇게 모은 자료를 학교에 전시했고, 수시로 볼 수 있도록 비치해두고, 설명과 안내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는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나와 내 주변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앞으로 우리 삶을 담아냈으며, 이를 진로교육과 연결했다.

강사로 나선 지역 전문가들은 마을 활동과 관련해 자신이 어떠한 일을 하는지 안내하고 진로교육을 진행했다. 막연하게 어떠한 직업군을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자라면 어떠한 삶을 살아갈 수 있고, 또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지 실질적으로 상상하는 시간이었다. 마을에서 활동하는 어른의 이야기를 교실에서 들을 수 있고, 그 어른은 언제든 마을에서 만날 수 있으니 마을은 삶터와 배움터가 될 수 있었다. 마을교육이 이뤄진다는 것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뜻한다. ‘교학상장敎學相長’과 같이 오히려 가르칠 때 더 많이 알게 되고 배울 수 있다.

마을은 학교와 깊은 관계를 맺고 함께 변화하는 공간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이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시간과 지역의 고유성을 담아낸다. 공동체로서 마을은 학교와 마을, 학교와 교육청, 교육청과 지자체, 교사와 교사,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부모가 분리되지 않은 공간으로, 민주주의의 학교이자 지역사회다. 궁극적으로 마을자원과 연계한 진로교육은 삶을 통해 배우고 미래의 우리는 어떻게 함께 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는 시간을 갖는다.

현재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의 목표, 재원 등이 학교에 집중되어 있고, 교사들에게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통미마을공동체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기존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마을교육공동체로 전환해야 하며, 지역사회 교육자원과 인프라 발굴·개발에도 집중해야 한다. 앞으로 확대 발전된 모습은 학교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교육 개혁으로 집중되어야 한다. 교사와 마을 구성원은 적극적으로 협력해 학교와 마을 사이에 교육공동체가 형성되도록 활동해야 한다. 즉, 학교의 교육프로그램과 교육과정이 지역사회로 이전되어야 하며, 그래야만 마을에서 학생들을 키워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명목상으로만 존재하는 교육 거버넌스 체계를 교육청의 전문성과 지자체의 자원과 행정력, 지역사회의 참여, 학교 개혁 등을 함께 아우르는 협력적 관계로 성장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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