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섶길은 시민 휴식처로
계속 이용되어야 하며
문화관광자원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 이광섭
평택시문화관광해설사

길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다. 사람이 자주 다니다 보니 길이 되었다. 길의 종류는 수없이 많다. 꽃길, 산길, 가기덤불길, 숲길, 큰길, 골목길, 물길, 뱃길, 자갈길, 신행길, 피난길 등등.

2012년 개발 열풍의 중심에 있었던 평택에 휴식하거나 가볼 만한 곳이 없다는 시민들의 인식이 팽배했던 시기이다. ‘섶길’ 조성은 문화·환경 활동가 몇 사람이 평택의 명소를 찾아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평택의 관광지나 문화유적지는 대부분 외곽에 있어 이곳을 찾는 길을 알아보고 연결해보자는 것이 평택의 둘레길 섶길이다. 당시 전국적으로도 제주도 올레길을 비롯해 휴식과 여가선용, 건강증진을 위한 둘레길 만들기가 유행했고, 같은 시기에 평택 섶길도 만들어진 것이다.

섶길의 ‘섶’은 풀섶, 길섶, 한복 저고리 깃이라는 뜻이다. 지역 원로께서 섶길이라는 이름을 제안하셨다. 나름 철학과 정성이 담긴 순수한 우리 말 한글의 이름으로 전국의 걷기길 이름 중 으뜸이다. 게다가 섶길은 스토리텔링에 따라 길이 만들어진 특수한 경우로 평택의 역사와 문화, 산업, 자연, 인물을 망라한 평택의 정체성을 구현했다.

필자는 지난 12월 13일 합정동 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린 ‘평택 섶길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 참여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따르면 평택 섶길은 과수원길, 원효길, 비단길 등 평택의 상징성을 나타낸 16개 코스로 이뤄졌으며, 전체 연장 약 200㎞, 500리에 이른다. 2022년 한해 섶길 이용인원은 미군을 비롯한 외국인 100여 명을 포함해 약 50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평택을 상징하는 배꽃이 필 무렵 과수원길 걷기 행사를 개최해 걷기동호회와 시민, 학생들이 참여하는 등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섶길은 세월이 흘러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했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오래된 강돌 표식이 지워져 잘 보이지 않아 한 시간 이상 헤매었다는 보행자의 원성이 있는가 하면 코스별 완주 인증 스탬프가 없다거나, 길 주변에 쓰레기가 많다는 등의 민원도 많다. 섶길은 이와 같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다. 또 섶길 중에는 사유지, 타 지역 경유 논란 등으로 노선을 변경하거나, 수정·보완해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당장 여행자의 편리성을 높이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산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지역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노선을 개발해야 한다.

이와 같이 민원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점점 많아지는데 상근 인력이 없어 현상 유지에 급급한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프로그램 운영과 표식 설치, 유지 보수 등 섶길 관리를 거의 자원봉사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제 섶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판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평택 섶길은 시민 휴식처로 계속 이용되어야 하며, 문화관광자원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섶길 발전을 위해 현재의 문제점이나 민원 해결은 물론이고 조례 제정과 같은 새로운 차원의 정책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 섶길이 또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발전을 위해서는 평택시 당국의 강력한 의지와 과감한 예산 지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동안 평택 섶길을 개척해 시민의 중요한 휴식처이자 하나의 문화관광자원으로 이끌어준 모든 분에게 시민의 한 사람으로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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