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청소노동자의
노동여건 향상을 위한
입주민들의 관심과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한다

 

김기홍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위원장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김기홍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위원장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엄동설한이었던 지난 12월 31일 평택시 모 아파트에서 해고된 경비노동자가 있었다. 이 해고노동자는 지난 12월 20일 평택시의회에서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소속 경비노동자들과 평택시 주택과 관계자 그리고 평택시의회 의원들이 3개월 초단기 계약에 따른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논의한 간담회에도 참석했었다. 해고노동자는 이 자리에서 본인이 바로 3개월 초단기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노동자라고 밝히고, 이러한 초단기 근로계약은 흡사 ‘노예 계약’과 다를 바가 없다고 그 고통을 절실히 드러냈었다. 해고노동자를 비롯해 간담회에 참석한 경비노동자들은 이제야 경비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발걸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갖고 들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3개월 초단기 근로계약 노동자는 바로 이튿날인 12월 21일, 12월 31일부로 계약이 만료된다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

모두 알다시피 경비노동자는 아파트에서 온갖 궂은일을 도맡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감시 단속적 노동으로 지정돼 휴일수당, 시간 외 수당도 없이 노동자로서 권리를 빼앗긴 채 살아왔다. 야간 휴게시간 중에도 순찰시간이 되면 쉬는 중간에 일어나 다시 나가야 하며, 젊은 입주자가 지나가다 술김에 시비를 걸어도, 정해진 휴게시간에 쉬는데 일하지 않는다고 트집 잡아도 참아야 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법으로 보장된 연차 휴가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현장이 많다.

더 심각한 문제는 3개월 초단기 근로계약과 간접고용으로 인한 고용불안 문제다. 이른바 ‘쪼개기 계약’으로 1년에도 여러 차례 발생하는 계약기간 만료와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처지 때문에,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참고 일해야 하는 불안정한 고용 상황이다.

평택시민 70% 이상이 아파트에서 거주하지만, 정작 그곳에 없어서는 안 되는 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경비·청소노동자는 ‘투명인간’ 취급받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가격이 얼마인지를 헤아리기에 앞서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노동자들의 휴게시설은 어떠한지, 고용 관계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들여다본다면, 더 품격 있는 공동주택이 될 것이다.

다행히, 해고노동자는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과 평택비정규노동센터를 비롯해 노동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 기자회견과 아파트 정문 앞 아침 집회에서 요구한 대로 복직해 1년 근로계약을 맺게 되었다. 나아가 이 아파트 경비·청소노동자 전원이 1년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해고노동자의 복직투쟁이 또 다른 노동자들의 노동여건 향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것이 노동조합의 힘이고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해당 문제는 원만히 해결되었지만, 50% 이상의 평택지역 아파트 노동자들은 3개월 초단기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 연말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해고되었겠는가? 국회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고용승계 조항의 신설, 직접고용 아파트나 1년 이상 다년간 근로계약을 갱신한 공동주택에 대한 지원 등을 마련한다면 분명 입주민과 노동자가 모두 행복한 아파트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입주민들의 관심과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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