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의로서의 박물관
그리고 누군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무언가를 위한 공간으로

이상진 주무관평택보건소 안중보건지소
이상진 주무관
평택보건소 안중보건지소

박물관이라고 하면 어두운 조명과 함께 각종 유물이 유리관에 보관되어 있는 곳, 데이트 코스로 조용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생각나는 곳,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있는 곳 정도가 떠오른다.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박물관이라는 공간에 대해 심도 있게 그리고 깊게 숙고할 기회를 준 ‘제5회 평택박물관포럼’은 필자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이날 강연은 한동민 수원화성박물관장이 진행했다. 그는 수원박물관 건립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비화부터 시작해 박물관은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며 전시된 유물이 중심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누구나 손쉽게 방문할 수 있는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로서 박물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연 중 박물관은 ‘누군가’를 위한 공간이 아닌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서 ‘무언가’를 위한 공간 그리고 박물관 자체가 목적이 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한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유물이 전시되어 있고 그것을 관람하러 가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박물관이라는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려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어느 도시에나 당연하게 있으리라 생각했던 박물관이 평택에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이었는데, 왜 없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평택이라는 도시가 지니는 문화적 특성이 어떤 것이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평택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미군기지가 떠오르며 경기도 최남단이고 충청남도 천안에 맞닿아 있다는 점이 떠오른다. 일반적인 시선에서 박물관 하면 유물이나 문화재 등이 떠올라야 하는데 평택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문화와 역사, 유물 등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평택의 지역학적 특성과 함께 유물과 문화재를 잘 녹여낸 박물관이 있다면 평택시민, 나아가 국민들도 평택의 문화와 유물에 대해 모두가 당연하게 알고 떠올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네덜란드의 조직인류학, 사회심리학박사 헤르트 홉스테드(Geert Hofstede, 1928~2020)는 문화는 학습되는 것으로 한 집단과 다른 집단을 구별하게 하는 정신적 소프트웨어이며 한 사람의 정신적 소프트웨어는 그가 자라고 경험을 축적한 사회환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했다. 만약 평택의 지역적 특수성을 절묘하게 잘 살린 박물관이 건립된다면 평택시민들이 다른 도시의 시민들과는 구별되는 지역적, 문화적 정체성을 학습하고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평택시민의 행동과 생활을 결정하는 문화와 사회, 환경을 만들어가는 부분에서 박물관이 중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평택시민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의 시민들도 평택의 문화와 역사, 문화재에 대해 쉽게 떠올리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도체 산업단지와 함께 인구 유입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젊은 도시 평택을 문화적으로도 발달한 도시라는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그렇게 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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