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용맹정진勇猛精進한다면
계묘년 어려움을 딛고
갑진년의 용은 힘찬 기운으로
솟아오를 것

임윤경 대표​​​​​​​평택평화센터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우리가 느끼기에 시간은 무성적으로 흐르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시간은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리듬을 탄다. 십간과 십이지를 결합하여 만든 60개의 갑자력도 이런 시간의 리듬으로 만들어졌는데 동양철학에서는 12달, 1년 단위로 시간이 변하듯이, 기상학도 변하고 기운의 조합도 변하고 사람들의 마음도 바뀐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우주의 리듬과 사람 마음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난해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하는 임인년壬寅年에는 그 이름에 걸맞게 코로나19가 지속되었고, 대통령 취임, 인플레이션, 카타르월드컵, 이태원 참사, 잦은 한미연합훈련과 그에 맞선 북한 미사일 대응,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등 예측 불허의 대형 사건이 일어났다. 그래서 일까. 새해를 맞이하면서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앞선다. 그렇다면 계묘년癸卯年 새해, 우리의 발심은 어떠해야할까?

계묘년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이다. 검다는 것은 물이고, 물은 지혜와 성찰을 의미한다. 토끼는 굉장한 활동성과 생산력이 높은 동물인데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생기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계묘癸卯란 두 글자가 만나 서로 상응한다는 데 있다. 계묘癸卯의 묘卯자는 토끼처럼 막 움직이고 싶고 다이나믹해 에너지가 불끈 쏟아나지만 계癸자에는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하고 성찰해야한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여기서 계癸가 의미하는 성찰이란 좀 더 근본적인 존재에 기준을 잡고 다시 한걸음씩 나아갈까 생각하는 것이다. 내년 갑진년甲辰年은 푸른 용의 해이기 때문에 용이 솟아올라야 하는데 어떤 자세로 솟아오를 것인가가 계묘년에 많이 결정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올해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내년에 형상이나 기운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자기가 서있는 자리에서 한걸음을 나가는 것을 동양에서는 ‘공부’라고 했다. 올해는 필히 존재에 대한 탐구, 운명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 현대사회가 주목하는 ‘내가 이만큼 이루었어’ ‘내가 성공했어’ ‘실패했어’ 이런 결과만을 생각하는 것은 존재에 대한 탐구도 아니거니와, 운명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 모두와 연결되면서 ‘내가 누군가를 돕고 싶다’ ‘누군가가 함께 잘 살았으면 좋겠다’ ‘누군가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누군가를 걱정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동양에서 말하는 진정한 존재 탐구, 운명 공부이다.

운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리듬이다. 자연이 사계절의 리듬을 타듯이 우리 몸 안에도 사계절이 있고 우리 인생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겪는다. 봄에는 봄이어서 좋고 여름은 여름이어서 좋고 가을은 가을, 겨울은 겨울 그 자체로 아름답다. ‘나는 평생 봄을 즐기겠어’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나머지 계절은 모두 불행이 되어버린다. 봄이 풍요로우려면 겨울이 추워야 한다. 그 매서운 추위 속에서 씨앗은 옹골차게 영글게 되고 영글어진 씨앗은 봄의 기운과 함께 힘차게 또 솟아오른다. 그렇다면 계묘년癸卯年의 발심은? 운명에 대해 ‘공부’하면서 진정 ‘누군가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그렇게 올 한해 용맹정진勇猛精進한다면 계묘년 어려움을 딛고 갑진년의 용은 힘찬 기운으로 솟아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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