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으로
희생을 강요받는 농민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주길 바란다

임흥락 회장​​​​​​​평택농민회
임흥락 회장평택농민회

유난히 추웠던,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겨울이 지나갔다. 어느덧 입춘이 지났고 봄이 다가옴을 느끼게 하는 영상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45년 만의 쌀값 최대 폭락이라는 사태를 겪은 농민들의 마음은 아직도 한겨울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을 정부와 여당이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마땅한 대책도 세우지 못 한 채 시장 기능에 의한 자율적 수급 조절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모든 것 내주고 쓸쓸해진 겨울 들판에도 새로운 봄은 오는데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우리 농민들의 가슴엔 언제 봄이 오는 것일까?

‘양곡관리법’은 양곡의 효율적인 수급관리를 통해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쌀 이외에 다른 농산물은 해당하지 않는, 오직 쌀 수급을 통제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쌀 수급을 통한 가격 결정은 ‘양곡관리법’을 통해 정부가 해왔다. 물가 안정을 위해 농민을 희생시키는 첫 번째 방법이 정부가 보유한 쌀을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다. 지난 해 모든 물가가 상승하자 정부가 제일 먼저 한 것이 밥상물가를 운운하며 농민에게서 수매한 쌀을 시장에 출하하는 것이었다. 결국 쌀값이 지나치게 폭락했고 농민들은 아스팔트에 쌀을 뿌리며 저항했다. 이에 당황한 정부는 공공비축미 이외에 45만 톤을 긴급 수매해서 급한 불을 끄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정부는 쌀값을 통제한다.

그런데 정부의 쌀값 통제 방식이 실패한 경우가 있었다. 가깝게 예를 들면 지난해 정부가 자초한 쌀값 폭락사태를 들 수 있다. 작년 쌀 생산량이 초과해 시장격리 조건을 갖추었지만, 정부는 시장격리를 하지 않았고 쌀값 하락을 유도했다. 그로 인해 45년 만의 최대 쌀값 폭락 사태를 맞았고 농민들은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그 근거가 되었던 ‘양곡관리법’의 허점을 개정하자는 것이 농민들의 요구다. 정부의 입맛대로가 아닌 제도와 법으로 규정해 쌀 생산 농가가 마음 편히 농사에 집중하게 해달라는 주장이다. “할 수 있다”를 “해야 한다”로 고치자는 것, 법을 정부가 선택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법에 나온 대로 준수하라는 내용이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지난 1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부의 결정됐다. 결국 2월 24일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료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도 되지 않는다. 기후변화와 식량위기를 맞은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의 식량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자급률이 20%도 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농업을 시장에 맡기고 포기한다면 국가도 국민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기후변화와 식량위기를 맞은 농업 정세보다 ‘양곡관리법’ 개정을 막아서는 정부를 걱정하는 농민들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 차 있다. 정월대보름이 지나고 영농 준비를 하는 농민들은 알 수 없는 쌀값에 불안에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국가는 자동차 판다고 쇠고기 수입하고 반도체 판다고 쌀과 농산물 수입한다. 엄혹한 정세에도 봄은 오는데 희생이 생활화되어 있는 농민들의 가슴엔 언제 봄이 오는지 궁금하다.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희생을 강요받는 농민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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