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소희는
정말 본인이 하고 싶고
이루어 내고 싶은 꿈과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기를

김기홍 위원장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지난 2월 8일 개봉한 영화 ‘다음 소희’는 2017년 1월 전주 엘지유플러스 하청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교 3학년 홍수연의 산재 사망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는 현장 실습생 제도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동인권 문제 또한 잘 드러내고 있다.

흡사 인력 파견소 마냥 오로지 학교의 취업률만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중소기업에 현장 실습생으로 보내는 학교 현장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취업률이 높아야 신입생 모집도 쉽고 그래야 교육부로부터 재정 지원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의 전공과 무관한 현장으로 취업을 나가기도 한다.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다 보니 교육과 임금 노동의 경계가 모호해지게 되고 기업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전락한다.

특성화고등학교를 포함한 직업계 고등학교의 현장실습 제도는 1963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산업교육진흥법’을 제정하면서 도입됐다. 이후 교육보다는 기업의 요구에 부응해 산업 정책을 짜고 이러한 필요에 따라 ‘학생 인력’을 활용하는 목적으로 이용됐다. 2005년 엘리베이터 정비업체에서 안전장비 없이 일하던 현장 실습생이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뒤 참여정부는 이듬해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을 통해 사실상 업체 파견형 실습을 폐지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08년 4월 자율화 명목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현장실습을 부활시켰다. 무리한 취업률 목표치를 제시하며 학교를 압박했고, 목표치 미달 학교 통폐합 계획까지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특성화 고등학교의 현장 실습생들은 열악한 현장에서 중대재해와 인권침해에 내몰렸다. 정부는 사고가 생기면 급히 대책을 내놓았다가 슬그머니 제도를 완화하는 일을 반복했다. 학생 보호는 교육부가 적극 나서서 해야 할 일이고, 안전 문제와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는 노동부가 책임져야 할 일이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하다. 국회에는 개선책을 담은 법률 개정안이 여럿 발의돼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유네스코는 2021년에 발표한 ‘교육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사회 계약’ 보고서에서 취업을 위한 교육이나 기업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교육에만 집중하는 것을 잘못으로 규정하고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 지역사회를 위해 장기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웰빙을 창조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현장실습이 아니라 보편적 일반교육을 통한 배움과 성장이다. 이를 위해 지금의 현장실습 제도는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 영화를 많은 사람이 보았으면 좋겠다. 특히,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자녀가 있는 학부모와 교직원 그리고 노동부, 교육부 등의 고위층 관료나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등이 꼭 보았으면 한다. 다음에는 또 다른 ‘소희’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 다음 ‘소희’는 정말 본인이 하고 싶고 이루어 내고 싶은 꿈과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열심히 응원해 주는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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