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나라하게 노출된 구조에서
더 많은 사람의 시선을 감당하는 건
집결지 여성일 뿐이다

김태정 활동가​​​​​​​​​​​​​​​​​​​​​두레방
김태정 활동가​​​​​​​​​​​​​​​​​​​​​두레방

2022년 4월 평택역 광장 아케이드상가 해체 공사를 알리는 행사가 있었고, 그해 9월 평택역 앞 광장 양옆의 허름한 건물들이 완벽하게 해체되었다. 허문 자리에는 꽃이 심어지고 벤치가 놓여 시민들을 위한 시민 정원으로 재탄생 되었는데, 요즘 이곳을 지나다닐 때면 불과 몇 개월 전 있었던 크고 낙후된 건물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공간이 정돈되고 확장되었다.

확 트인 광장에서는 주변 곳곳도 한눈에 더 잘 들어온다. 평택역에서 광장을 가로질러 버스정류장으로 바삐 오가는 사람들도 더 많이 보이고, 광장 옆에 바로 붙어있는 흡연구역도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곳 시민정원 안에 있는 흡연구역은 널찍해서 매번 그 근처를 지날 때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필자는 평택역 광장 아케이드상가가 해체되면서부터 사방이 노출된 광장 한 편에 자리한 그 흡연구역을 볼 때마다 불편한 기분이 든다. 해당 흡연구역을 기준으로 바라보는 시선 정면에 ‘삼리’ 집결지로 들어가는 입구가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매번 아웃리치를 나갈 때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해당 흡연 구역에 삼삼오오 서 있는 사람들을 본다. 흡연하는 동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집결지의 붉은 조명으로 시선을 두게 된다. 집결지를 보는 것 그 자체가 문제 되지는 않겠지만, 그 안에 있는 여성들을 사파리 구경하듯 쳐다보는 시선은 문제임이 분명하며, 이 같은 구조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집결지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 앞까지 붉은빛이 훤히 보였고, 그 양옆으로 여성들의 모습도 보였다. 낙후된 건물들이 해체되면서 훤히 드러난 전경에는 여성들이 서 있는 모습도, 앉아 있는 모습도, 얼굴도, 몸도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렇게 길목까지 뻗어 나온 붉은 빛은 여성들을 향한 많은 사람의 시선을 부추겼다.

집결지 업주들은 여성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얼마나 많이 참아내고 있는지, 그것이 얼마나 여성들에게는 모진 일인지 상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업소 혹은 여성이 더 드러나서 구매자들이 더 많기를 기대할 수도 있겠다. ‘삼리’ 집결지에 있는 여성들조차 해당 구역, 즉 평택역 앞 흡연구역과 맞닿아있는 입구 쪽 업소에 있는 여성들을 안타까워할 정도로 그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었고, 그 시선에 담긴 폭력은 매우 가혹하다.

‘삼리’ 집결지를 포함한 도시 개발은 계획되어 있지만 여러 이유로 아직도 본격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평택역 광장 내 아케이드상가 건물 해체가 집결지 폐쇄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오만이다. 적나라하게 노출된 구조에서 더 많은 사람의 시선을 감당하는 건 여성일 뿐이다. 정작 업주나 구매자들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당장 보이는 것에만 집중할 뿐, 실제 누구를, 무엇을, 어떻게 압박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 아니면 알면서도 보지 않으려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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