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걱정하지 않고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자부심만으로
농사 지을 날을 기대한다

이두철 감​​​​​​​사평택농민회
이두철 감사
​​​​​​​평택농민회

평화롭고 고요하기만 하던 농촌의 들녘에 회오리가 불어왔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다.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 가격이 5~8% 이상 하락하면 정부가 벼를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전에 정부가 가격 하락을 맞은 농민들의 쌀을 매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는 것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왜 대통령과 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다.

농업과 농촌은 언제나 희생을 강요받았다. 자동차와 공산품을 수출하려고 여러 나라와 무역 협정을 체결했고, 그 협정의 마무리는 항상 외국 농산물 수입이었다. 농민이 원하는 대로 무역협상이 이루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국가 정책이 농업을 병들게 하고 있다. 그래도 국민 주식인 쌀 만큼은 보호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있었지만, 지금도 매년 40만 8700톤의 외국쌀이 수입되고 있다. 그러면 농업을 내주고 얻은 이익을 농민에게 환원하고 있는가? 재벌가의 살만 찌우고 있는 돈으로 초과한 쌀을 사면 안 되는가? 국제 쌀값은 올라 수입쌀 사는 예산은 30%나 증액했다. 수입쌀은 비싸게 사면서 우리쌀은 사지 못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농민의 귀에는 더 이상 쌀농사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포기선언으로 들린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OECD 국가 중 꼴찌다. 지금도 자급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과잉을 말하는 것은 식량안보 포기선언과 다름없다. 코로나상황에서 인도와 베트남이 쌀 수출을 중단했다. 국민의 중요 먹거리인 쌀은 언제나 돈만 주면 사 올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여당의 민생특별위원회 조수진 국회의원은 국민들에게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캠페인을 하자고 거론했다. 정부의 정책 실패를 국민에게 돌리는 안일한 인식이다. 군사정권 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국민을 그냥 쌀 소비하는 가축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라 불쾌하다. 이게 무슨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양곡관리법’ 거부권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여러 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시행 중이거나 발표한 것들이다. 논에다 콩이나 다른 전략작물을 심거나 밀가루를 대체할 가루쌀을 재배하는 경우 지원금을 준다. 하지만 이 정책도 혼선을 거듭하고 농민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한다. 특히 평택의 간척지 논에 콩을 재배하였지만, 소금기 때문에 실패한 농민도 많다. 현장에서 환영받을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먹거리가 풍부해지고 다양한 음식이 제공되면서 쌀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쌀은 없어서는 안 될 국민의 주식이다. 한 번 포기하면 되살리기 어려운 것이 농업이다. 일방적 농민 희생만을 강요하지 말고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일시적인 과잉 생산량은 의무매입을 해서 농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더불어 구조적 과잉 생산량은 생산조정제 등을 통해 해소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나라 걱정하지 않고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자부심만으로 농사를 지을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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