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세상에 파란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듯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지기를 희망하며
벚꽃 길을 걷는다

권혁찬 전 회장 평택문인협회
권혁찬 전 회장
평택문인협회

세상이 온통 하얀색이다. 어쩜 저리도 희고 맑을 수가 있을까 연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길가의 파수꾼들이 저리 고운 마음씨를 내포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감격스럽고 경이롭고 신기하다.

죽은 듯 고요했던 저 마른 가지에서 돋아난 보석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경탄스럽기도 하다. 세상의 수많은 꽃이 제각기 형형색색으로 자태를 뽐내기도 하지만 마음의 사심이 하나도 없는 듯 저리 하얘지기가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충북 제천 청풍호반에 도열한 천사 벚나무들의 날개를 보았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의 손짓에 한참을 멈춰 서서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해마다 이맘때면 취해 드는 벚꽃의 환상적인 아름다운 자태이건만 어찌 이번엔 저리도 곱단 말인가.

아파트 입구에 홀로 선 벚꽃의 고고함과, 끝없이 늘어선 도로 양옆의 무한한 길이와, 변색이란 없다는 집념처럼 새하얀 고집이 마음을 사로잡고 놓지 않기 때문이리라 생각해 본다. 초봄 제일 먼저 찾아주는 노란 개나리가 마치 개념을 잃은 듯 초췌한 느낌으로 언덕에 걸터앉아 경탄하듯 화색이 짙어지려 하고 있다. 저 멀리 숨어 핀 진달래가 부끄러워 아직은 고개를 숙인 채 때를 기다리는 듯했다.

우리는 백의민족이다. 예로부터 하얀 청정과 청렴의 상징으로 백의를 지어 입고 살아왔다. 태극기의 형상도 하얀 바탕에 태극과 건곤감리 4괘를 그려 제작되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하얀 바탕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성실하고 청렴한 민족임이 틀림없다.

이제 곧 봄비가 예상되어 있다. 비바람이 한차례 지나가고 나면 검은 도로 위가 새하얀 꽃잎으로 뒤덮여 또 한 차례의 백색향연이 전개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나뭇가지마다 파란 새순이 돋고 잎이 자라나 초록의 세상을 만들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세상의 시간이 흘러 세월을 만들어 가면 우리는 그 속에서 연일 감탄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름하여 하얀 세상에 파란 마음이 깃드는 살기 좋은 풍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도 그러하다. 원래 바탕은 하얀색으로 시작되어 각종의 채색들로 깃들어 가며 여러 가지 일이 만들어 지고 또 기록되는 것이다. 그 속에는 아름다운 초록이나 분홍, 노랑의 역사 같은 것들도 기억될 것이고, 더러는 어둡고 캄캄한 색으로 먹칠 된 역사도 기록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이렇게 순수하고 청렴한 흰색에 경탄하듯이 우리들 마음의 바탕 또한 희고 맑은 색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그 위에 아름다운 일들만 그려 넣을 궁리를 한다면 소망은 이루어진다는 속언처럼 그리되리라 믿는다. 하얀 세상에 파란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듯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지기를 희망하며 벚꽃 길을 걷는다.

맹자는 인간의 성품은 원래 선하게 태어난다고 성선설을 주장 했다. 그리하여 살아가면서 악의 영역에 다가가지 않도록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저 하얀 벚꽃 길 아래에서 가슴을 쫙 펴고 파란 생각들을 깊이 들이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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